별일 없어 별일이었던 하루 (8-13-화, 맑음)
오후에 출근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늦은 아침 먹고 12시쯤 출근했다. 오늘도 폭염주의보. 내일이 말복인데 이놈의 더위는 꺾일 줄을 모르는군. 내가 덥다고 툴툴댈 때마다 생전 엄마는 "말복까지만 참아라.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일 테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말복이 지나자 엄마의 말처럼 더위가 누그러졌다. 오랜 삶의 경험에서 나온 예견이었을 것이다. 말복이 가까워지면 엄마가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정말 엄마의 말처럼 내일이 지나면 더위는 표 나게 꺾일까?
체중 관리 때문에 아점으로 과일 채소 샐러드만 먹고 출근했더니 오후 내내 배고팠다. 그래서 탕비실에 있는 주전부리 과자와 초콜릿을 쉴 새 없이 먹었다. 그러려면 차라리 밥을 먹지 그러냐는 표정으로 보운 형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보운 형도 과자를 무척 좋아하는데 최근 당뇨 진단을 받아 자세하는 중이다. 하지만 결국 형도 "문 동지가 너무 맛있게 먹으니까 나도 먹고 싶네" 하며 과자와 초콜릿을 한주먹 가져가 맛있게 먹었다. 그런 모습을 서로 쳐다보며 깔깔 웃었다. 웃고 있었지만, 나는 속으로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이럴 거면 차라리 밥을 먹을 걸 그랬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다만 다른 건 몰라도 아이스크림은 자제해야 할 것!!
이성민, 이희준 주연의 B급 코미디 호러, 공포영화 '핸섬 가이즈'와 토네이도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 등 2편의 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각 잡고 본 영화들이다. 2편 모두 평타 이상의 영화여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특히 전자의 경우,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B급 영화를 A급으로 만드는 건 결국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치밀한 계산(연출력)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영화였다. 그리고 내가 원래 재난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재난을 다룬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내 기호와 무관하게 후한 점수를 받을 만했다. 그래픽적인 측면만 한정해서 본다면, 오래전(1996년)에 보았던, 역시 토네이도를 다룬 영화 '트위스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트위스터(1996)'가 '트위스터스'보다 스토리라인은 좀 더 설득력 있긴 한데, 토네이도를 표현한 그래픽은 30년 전 영화와는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