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를 기다리며 (8-11-일, 맑음)

달빛사랑 2024. 8. 11. 20:48

 

더위가 누그러들 생각을 안 하네. 이럴 때는 잠깐의 소나기라도 좋으니 달궈진 포도를 식혀줄 굵은 빗줄기 쏟아졌으면 좋겠는데. 장하게 내리는 비를 만나 본 지 오래되었네. 덜 더운 오전에 채소가게 다녀왔는데,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온몸이 땀에 젖어 돌아왔다. 분명 갈 때는 오전 10시의 바람이 솔솔 부는 것 같았는데, 장 봐서 돌아올 땐 숨이 턱턱 막히더군. 갔던 길 되돌아오지 않고 ㅁ(미음) 자 동선으로 움직였기 때문일까. 암튼 너무 더워서 슈퍼 앞을 지날 때는 아이스크림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봉긋하게 나온 아랫배를 보면서 간신히 참았다. 요즘에는 왜 그렇게 밥맛, 입맛이 좋은지, 나 원 참! 남들은 더운 여름 입맛이 없어서 걱정이라는데 나는 입맛이 너무 좋아 걱정이다. 입맛이 좋다는 건 살이 찔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일 테니. 저녁만 해도 그렇다. 채소 샐러드와 과일로 대충 해결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냉장고에서 순대가 발견되었다. 결국 곰탕 국물에 순대 썰어 넣은 후 순댓국을 끓여 먹었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안 먹을 걸 위안으로 삼았다.

 

올림픽이 끝났다. 알고 보니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었어. 글쎄 금메달을 13개나 땄다고? 헝그리정신이 빛을 발하는 시대도 아닐 텐데, 희한하다. 아무튼 세계 8위로 파리올림픽을 정리했다. 선수들의 영광을 훔쳐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몇몇 스포츠계 ‘거물들’의 비리와 전횡 때문에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지만, 한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국위선양을 위해 애써준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