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낯설지만, 입추 (8-7-수, 맑음)
달빛사랑
2024. 8. 7. 22:27
오늘은 절기상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다. 여전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염천시하에 가을 운운하는 게 다소 성급해 보이겠지만, 나는 며칠 전 아침부터 미미하지만 확실하게 가을의 척후가 이곳을 기웃거리는 것을 느꼈다. 더위에 관한 한 내 몸은 무척 정직하고 민감한 편이어서 참을 수 있는 더위와 웬만한 더위를 쉽게 구분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피부에 금방 땀이 맺혔다. 옥상이 있는 단독주택이다 보니 한낮 내내 받은 열기로 인해 밤에는 아파트보다 열대야가 더욱 심하고 오래 지속된다. 게다가 잘 때는 옷방의 창문만 열어놓고 거실과 주방, 테라스 쪽의 모든 문을 잠그고 자기 때문에 열대야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아침, 거실로 나와 창문을 여는데 시원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예의 그 훅하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세 달 만에 느껴보는 그 느낌은 낯설면서도 유쾌했다. 그때 여름의 기세가 소리 없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오늘 입추, 며칠 전보다 여름은 그만큼 더 기울었고 가을의 척후는 한발 더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침에 소나기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