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한 여름날을 꿈꾸었지만..... (7-30-화, 맑음)
큰누나와 작은누나 모두 코로나에 걸려 며칠간 두 사람은 큰누나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먼저 걸린 사람은 작은누나였고, 그녀의 감염 소식에 진단키트 사다가 검사해 본 결과 큰누나도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사실 피곤한 작은누나는 코로나를 핑계로 자기 집에서 쉬려고 하다가 "어차피 나도 걸렸으니 우리 집에 와 줘라" 하는 큰누나의 부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매형 없는 빈 집에서 혼자 지내기가 두려웠을 큰누나에게 코로나 감염은, 흡사 울고 싶을 때 절묘하게 뺨 때려준 격이었다. "언니네 가고 있어." 출근하기 위해 전철역으로 가고 있을 때 작은누나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녀도 심약한 언니를 챙기느라 심신이 많이 지쳐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형제가 힘들다는데...... "무슨 일 있으면 나에게 연락해요" 맘에 없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점심은 박 前 비서실장, 보운 형과 함께 우리 동네 신포동 진 순댓국에서 먹었다. 원래는 닭백숙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어제 과음한 보운 형이 국물을 먹고 싶다고 했고, 박 실장이 "그 왜 문 동지네 동네에 유명하다는 순댓국집 있잖아요? 오늘은 거기 가보지요." 해서 우리 동네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조금 일찍 들러서(11시 45분쯤 들렀다) 그런 것인지 다른 때와는 달리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나올 때는 대기자들이 식당 밖 의자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 후 늘 가던 우리 동네 카페에 들러 차를 마셨다. 박이 자기 차로 청사 현관 앞까지 데려다주었는데, 그때 마침 감도 식사하고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가 우리 차를 발견했다. 잠시 차를 멈추고 박이 인사했고, 감은 들렀다 가라고 종용했지만, 박은 "반바지 차림이에요." 하고 웃으며 그냥 갔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도 계단에서 감을 만났는데 점심에도 만났다. 드문 일이다.
기세등등한 폭염을 소리 없이 순치시켜 가는 저 도도한 시간의 빈틈없는 행보, 경이롭다.▪한편 내 삶에서도 무언가가 끊임(소리)없이 빠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가벼워 행복할지 허전해 우울할지 아직은 모르겠다.▪오랜만에 땀을 흘리지 않고 구월동 익숙한 길을 걸어 단골 술집에 닿았다. 오래도록 혼자 앉아 있지만, 늘 그렇듯 나쁘지 않았다.▪8시 19분쯤, 93.9 cbs 음악방송에서 정태춘의 '북한강에서'가 흘러나왔다. 3절이 시작될 즈음, 오래전 나를 서운하게 했던 그를 마음속에서 용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