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선생 소천 (7-22-월, 종일 비)
한 사람의 노래가 만 사람을 울린다는
어느 시인의 시구를 기억합니다.
엄혹한 시절, 힘이 되고 위로가 돼주었던
당신의 노래들이 그러했고, 그러할 것입니다.
고통과 슬픔, 감시와 검열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이발하러 미장원에 들렀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그냥 집에 가기 뭐해서 맞은편 채소 가게에 들러 오이와 풋고추, 버섯과 두부 2모를 샀다. 그리고 다시 미장원에 들렀더니 그 사이에 문을 열었는지 손님이 세 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집을 나서자마자 폭우가 내려 옷과 신발이 다 젖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맹렬하게 퍼붓더군.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고 샤워하고 나왔더니, 작은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 매형이 폐렴으로 응급실에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허, 참! 그 누구보다 건강했던 양반이 왜 갑자기 폐렴이람. 하긴 말하고 찾아드는 병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가족 1인밖에 면회가 안 된다니 일반 병실로 올라오면 들러 볼 생각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119를 불렀을까.
점심 먹고 있을 때 다인아트 윤 대표가 전화했다. 막판 검토 중인 권 선생의 원고 안에 성인지감수성에 어긋나는 문장들이 많은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우리 동네로 오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내가 청에 나갈 테니 그곳에서 보자고 했다. 윤은 2시 30분쯤 사무실로 들어왔다. 두툼한 원고 곳곳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원고를 보니 성인지감수성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실명을 거론한 글도 지나치게 많았고, 지인들의 상황과 처지를 너무 디테일하게 서술한 부분이 많아서 나중에 문제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권 선생에게 원고 수정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그가 동의하면 내가 다시 손 보기로 했다. 만약 권 선생이 내용 수정에 동의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출간을 바란다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책 속 내용과 출판사의 입장은 관계없다는 각서를 받아놓으라고 했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일은 독립된 누군가의 왕국 하나를 건설하는 일이다. 만만하게 볼 일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