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신포동 외유+갈매기 방문 (7-19-금, 맑았다 흐림)

달빛사랑 2024. 7. 19. 16:30

 

 

 

주초에 근대문학관 함 팀장으로부터 기획전시와 관련한 연락을 받았다. 못 간다고 했어도 크게 미안할 건 없는 자리였으나 최근 신포동에서 친구들의 전시가 비슷한 시기에 앞다투어 개막되었다. 의리든 의무감이든 친구들의 전시에는 안 들를 수 없어서 오늘 한 번의 외출로 그 모든 ‘의무감’을 해소할 생각으로 신포동에 나갔다.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2시에 오픈 행사가 진행된 근대문학관 기획전시장이었다. 차가 밀려서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와 있는 내빈 중에는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아는 직원과 지인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흔들거나 눈인사를 보냈다.

 

근대문학관 기획전시를 보고 난 후 들른 곳은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기획전시 ‘내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친구 박충의 화백이 이 전시의 참여 작가 중 한 명이다. 전시장에는 단체 관람 온 중고등학생들로 북적였다. 2층 박 작가의 전시 부스에 올라가 작품을 보았는데, 모두가 이전에 본 작품들이었다. 전시장 알바로 보이는 젊은이에게 “작가들은 따로 나와 있거나 그러지는 않나 봐요?” 하고 물었더니 “예, 그렇습니다” 했다. 방명록도 따로 없었다. 약간 맥이 빠졌고, 알바생의 대답에 맥 빠져하는 내 모습이 유치하고 우스워 전시장을 나오면 혼자 피식 웃었다. ‘뭐야, 눈도장 찍을 필요도 없는 전시였잖아’ 뭐 이런 심리였던 것 같다.

 

아트플랫폼 기획전시장을 나온 후에는 중구청 앞에 있는 ‘도든 아트하우스(갤러리카페)’를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친구 강형덕 화백의 전시가 있었는데, 전시된 그림을 보니 전부 2024년에 창작한 작품들이었다. 그림들이 모두 좋았다. 하지만 강 화백 또한 전시장에 없었다. 전시장을 지키던 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작가님은 분당에 수업하러 가셔서 지금은 전시장에 안 계십니다”라고 묻지도 않은 먼저 했다. 그림을 둘러본 후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도든아트하우스를 나와서 근처에 작업실이 있는 서모 사진작가에게 전화했더니 “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일이 있어 막 나가봐야 해요” 했다. 커피나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할 수 없이 그냥 정거장으로 걸어와 15번 버스를 탔다.

 

집에 도착해 샤워하고 저녁 준비하려고 할 때, 수홍 형에게 전화 왔다. 오랜만에 갈매기에서 형을 만났다. 형은, 얼마 전에 일어난 J 시인의 미투 시 사건에 관해 알고 싶다며 설명을 부탁했다. 나는 비교적 개인적 판단을 삼가며 객관적으로 사건의 배경과 성격, 최근의 경과 과정에 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다 들은 후 형은 “골치 아프네” 했다. 그 말속에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갈매기를 나와서 수홍 형의 후배가 근처에서 불러서 잠깐 합류했다가 술기운이 올라 먼저 나와 집에 왔다.

 

다행히 감기는 다 나은 것 같은데, 많이 돌아다녀 그런지 엄청 피곤하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분다. 바람 속에 물기가 가득하다. 비가 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