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사무관 송별 오찬 (6-28-금, 맑음)

달빛사랑 2024. 6. 28. 22:48

 

 

친하게 지내던 비서실 김 사무관이 남부지원청 과장으로 승진 발령 났다. 비서실 식구들과 송별 오찬 하기로 해서 비번이었지만 느지막이 사무실에 나왔다. 오찬 장소는 교육청 후문 ‘설화 갈비’, 나는 비서를 통해 미리 주문한 한우비빔밥을 먹었다. 가격(15,000원)에 비해 맛과 질은 별로였다. 보운 형은 어제 술 마셨다며 해장국을 먹었는데, 그게 훨씬 맛있어 보였다. 남이 떡이 커 보이는 건 만고의 진리다. 오늘 오찬에는 시의회에 참석했던 감(監)님도 함께했다. 요즘 맨발 걷기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 중인데, 앞으로 2kg만 더 줄이면 90kg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그럼 감량 전에는 얼마나 나갔다는 거지? 아무튼 말을 듣고 보니 턱선이 다소 살아난 것도 같았다.

 

점심 먹고 돌아와 비서가 가져다준 참외와 파인애플을 먹고 있을 때, 은준이 전화했다. 전화를 받자 그는 대뜸 “형, 제가 모래내시장 근처의 가성비 좋은 포차를 발견했어요” 했다. 내가 직접 가본 곳이냐고 물었더니 가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음식 평판도 좋고 방문 후기들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왜? 술 마시고 싶다는 거야?”하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아마 그는 금요일 오후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습관처럼 내게 전화했을 것이다. 내가 "말 나온 김에 가볼까?" 했으면 쾌재를 불렀겠지. 나도 그럴 때가 있다. 딱히 술 마시고 싶거나 누굴 만날 생각은 아니지만 그냥 연락하게 될 때 말이다. 상대가 바빠서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 아쉽다기보다는 속으로 '아, 다행이다' 하고 안도하게 되는.... 은준도 그랬을까? 하지만 이번 주에는 술을 삼갈 생각이다. 이미 엊그제 후원주점에서 많이 마셨고, 라면과 냉면,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어 아랫배가 봉긋하다. 작년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는 76kg, 지금은 72kg) 입맛 밥맛 다 좋은 요즘, 지금처럼 계속 먹어대면 이내 살집 푸짐한 돼지처럼 변할 것 같다.

 

공기는 안 좋고 날은 무척 더웠다. 게다가 얼떨결에 정치 뉴스를 보는 바람에 기분이 무척 더러워졌다. 여당과 대통령 주변의 인사들은 어찌 그리 하나같이 함량 미달인지. 흡사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우리 세금으로 그들의 밥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화가 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참 피곤하고 나쁜 일인데, 그 피곤하고 나쁜 일을 하게 만든다. 그나마 내일부터 다음 주까지 내내 장맛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 그걸로 위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