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치과 방문 ❚ 어느 부부의 이혼 소송 유감 (6-18-화, 맑음)

달빛사랑 2024. 6. 18. 23:45

 

한 달 만에 치과를 방문했다. 임플란트 시술 이후 불편한 점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다.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시술 이전, 편하게 음식을 씹을 수 있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어금니를 식립 했으니 불편한 점보다는 편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원장에게도 그런 말을 했더니, 원장은 웃었다. 하지만 음식을 씹을 때, 오른쪽 어금니가 왼쪽보다 약간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거나, 아랫니와 윗니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문제, 시술받았던 레진이 떨어진 것 등에 관해서는 모두 말했다. 원장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든 불편 사항을 해결해 주었다. 이제 3개월 후에 치과에 들르면 된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 부부의 이혼 소송 항소심이 세간의 화제다.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이들 부부의 이혼 소송은 이 재판에 걸려 있는 천문학적인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로 인해 작년 1심 판결 때부터 많은 이의 관심을 끌어왔는데, 이번 항소심 과정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분할 비율은 65:35, 만약 이 비율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게 되면,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에게 1조 3,800억 원을 주어야 한다. 

 

매스컴에서는 이들의 소송을 가십거리처럼 다루며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 확실히 바람피운 재벌과 권력가의 딸인 아내 사이의 이혼 소송은 언론과 대중의 흥밋거리인 게 확실하다. 게다가 범인(凡人)들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엄청난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는, 과연 둘 사이에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하는 궁금증마저 자아낸다. 마치 게임을 구경하듯 지극히 내밀한 부부간의 치정과 한 가족의 진흙탕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나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우문(愚問)이지만, 일반적인 이혼이었다면 이들의 소송이 이렇듯 큰 관심을 끌었을까? 하이에나 같은 탐욕스러운 황색 언론(기자)들이 갑남을녀의 이혼 소송에 이렇듯 관심을 기울였을 리는 만무하다.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보다 언론과 대중들이 더욱 이들 부부의 소송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이 소송에 걸린 액수가 기함할 정도로 크다는 것도 분명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 재산 분할액이 조 단위이고, 위자료가 10억 원 이상인 이혼 소송은 국내에서는 최초라고 한다. 재산 분할액을 산정하는 데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금은 사람이 죽어도 몇천만 원에 불과했던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유명 인사의 정신적 피해가 보통 사람의 피해에 비해 더욱 크고 심각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명인과 보통 사람의 심리적 아픔을 수치로 나눠 구별할 수 있을까? 똑같이 부모를 잃었을 때, 유명인의 슬픔이 보통 사람의 슬픔보다 더 크다는 근거는 없다. 똑같이 가정이 붕괴했다면 노소영 관장의 아픔이나 평범한 아내들의 아픔이나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그녀들의 아픔은 1조 4천억과 몇천만 원으로 구분될 수 없다. 

 

아무튼 이 사건은 현재 최 회장 측에서 상고를 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할 듯하다. 과연 올해 안에 소송이 끝날지 어떨지, 항소심 판결 결과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대법원 심리는 사실심리가 아닌 법률심이어서 더욱 그렇다. 씁쓸하지만, 가십을 훑어보는 일차원적 흥미도 생기는 걸 보면, 나도 속물은 속물이구나. 다만 노소영 관장이 그 돈을 받아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위해 기부하거나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나의 상대적 박탈감은 많이 해소될 텐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노 관장이 그간 보여준 일련의 행보를 볼 때, 최 회장보다는 훨씬 품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