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일요일, 후배들과 술 (5-26-일, 비)
오전부터 전화해서 술 먹자고 채근하던 은준은 오후에도 또 전화해 막걸리 타령을 늘어놨다. 사실 점심때부터 비가 내려 나도 술 생각이 솔솔 났지만 억지로 참고 있었는데...... 웬수 같은 놈. 결국 녀석의 성화를 못 이기고 나가서 캔 맥주 6개를 사들고 들어왔다. 맥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맥주를 사 온 이유는, 다른 술을 마시면 발동이 걸려 많이 마시게 되지만, 맥주는 한 캔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맥주 또한 엄연한 술이다 보니 알코올에 대한 욕망을 약간이나마 희석해 주기 때문이다. 캔 하나를 비우고 낮잠을 자려할 때 은준은 또 전화해서 수봉산에서 만나자거나 제물포 백령냉면에서 만나자고 성화였다. 나는 할 수 없이 "그곳까지는 못 가고 우리 동네로 오면 막걸리 한잔할게" 하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목소리가 밝아지며 "곧 갈게요" 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혁재에게 연락했다. 아마도 어제 빈소를 다녀와서 오늘은 분명 집에서 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혁재는 집에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우리 동네로 오라고 했다. "혁재야, 제발 와줘라. 네가 없으면 은준의 너스레를 나 혼자 견뎌야 해. 그래도 네가 있으면 말을 좀 줄이더라." 했더니, 혁재는 "나는 되지도 않는 말은 중간에 끊잖아요." 했다. "그래서 더욱 네가 필요해."라고 했더니, "알았어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핑계김에 혁재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은준이 동네에 닿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시각, 3시 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