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를 닮은 주말의 표정 (5-25-토, 맑음)

달빛사랑 2024. 5. 25. 15:38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상태를 알려주는 알람이 울릴 때마다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했다. 휴대전화 화면에 ‘양호’ 혹은 ‘좋음’이 뜨면 부리나케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나쁨’이란 알람 이 오면 얼른 문을 닫는, 그야말로 화생방훈련을 하는 교육생 폼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자주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훈련교육생 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내 집이 단독주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옥상이 있는 집이라서 낮에는 열을 받아 무척 덥다. 문을 닫아놓으면 실내 온도가 높아져 에어컨을 켜야 살 수 있다. 하지만 전기세를 생각하면 매일 에어컨을 켜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문만 열어놓으면 사통팔달이라 시원한데, 그놈의 미세먼지가 문제다.

장을 봐왔다. 채소와 두부 등 기본 부식을 샀고 아이스크림과 순대 두 팩을 샀다. 점심과 저녁은 순대로 해결했다. 점심에는 삶아 먹고 저녁에는 '오뚜기' 제품인 곰탕 국물에 순대를 잘라 넣고 순댓국을 끓여 먹었다. 칼칼하게 김치도 넣었더니 먹을 만했다. 새로 사 온 풋고추가 아삭아삭해서 좋았다. 가끔 어떤 고추는 너무 질겨서 맛이 덜하다.

또한 삼단요 2개에서 꺼낸 스펀지를 작게 잘라 빨간 쓰레기봉투(가연성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평생 품고 살 게 아니라면 환경에도 좋지 않고 처리하기도 불편한 스펀지 제품은 절대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무척 분주하게 지냈다. 몸도 많이 썼고 저녁에는 의뢰받은 수필집 윤문 하느라 머리도 많이 썼다. 주말을 이렇듯 천성으로 부지런한 나의 성격처럼 알뜰하게 사용했던 게 얼마 만인가. 대개 금요일에 술 마시고 주말에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져 있었지. 하지만 오늘은 나를 닮은 주말이었다. 희한하게도 나는 오늘처럼 분주하게 시간을 보낸 날, 훨씬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다만 식도락을 즐기기도 해서 체중 증가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부작용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바쁜 하루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