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승의 날❚석탄일, 그리고 백숙 모임 (5-15-수, 종일 비)

달빛사랑 2024. 5. 15. 23:31

참 스승이자 맑은 스님이었던 법정 스님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길 ❚ 오늘은 음력 4월 초파일,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모든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혹독한 수행 끝에 얻은 석가세존의 깨달음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일까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석가세존이 중생을 제도(濟度) 하기 위해 설파한 가르침의 핵심인 대자대비(大慈大悲)는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며 대가 없는 사랑을 무한정 베푸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공감의 마음이자 배려의 마음이고 이타적인 희생의 마음이자 연대의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공감과 배려, 희생과 연대의 마음은 많은 국내외적 환란과 갈등이 범람하는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내리는 비가 온 땅을 적시듯 부처님의 자비가 봄날의 꽃비처럼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 고맙습니다! ❚ 오늘은 또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스승이란 나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즉, 우리의 삶 속, 가르침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훌륭한 인물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훌륭한 스승이고, 사회에서는 좋은 친구가 훌륭한 스승이 되기도 한다. 내가 교육청에 있다 보니 세상의 모든 스승님 중에서도 교직에 계신 선생님들의 노고와 은혜에 특별히 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늘 인천교육이 이나마 훌륭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일선 교사, 선생님들의 땀과 눈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현장의 모든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홍 형과 보운 형이 주도한 닭백숙 모임이 도림동 '풀각시 농원'에서 있었다. 본청 비서실장 황보와 마을교육 담당관 김영철 목사, 남동희망공간 대표 유병희가 참석했다. 농원까지 갈 때만 해도 흐리기만 했지 비는 오지 않았는데, 오후 1시쯤 되자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술 마시기 좋은 날이라며 비를 반기던 일행들은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이 불자 춥다고 몸을 움츠리며 테이블을 실내로 옮겼다. 특히 약한 감기 기운이 있던 김 목사와 황보는 화목난로에 불까지 지폈다. 금새 실내가 훈훈해졌다. 

토종닭 2마리는 수홍 형이 가져왔고 백숙에 들어가는 각종 약재들과 김치, 양파절임, 보트카, 와인 등은 보운 형이 가져왔다. GM대우 노조위원장이었던 보운 형은 마치 어미새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오가며 일행들을 위해 애를 썼다. 내가 옆에서 도와주려고 하면 "문 동지는 가만히 있어요. 나는 혼자서 일하는 게 맘이 편하고 속도도 나요" 하며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만 했다. 미안했지만 형이 워낙 완강해서 식탁을 물휴지로 깨끗하게 닦거나 수저나 잔, 앞접시 등을 식탁 위에 사람 수대로 놓아두는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완성된 백숙은 부드럽고 맛있었다. 근래 먹어본 백숙 중에 최고였다. 보운 형은 집에서 불려온 찹쌀로 닭죽까지 끓여주었는데, 다양한 약재가 들어가서 그런가 맛이 깊었다. 한마디로 건강한 맛이었다. 

5시쯤 풀각시를 나와 유병희는 농원 앞 자신의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맥줏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치킨집이었다. 우리는 닭백숙을 먹과 왔는데 또 닭고기를 먹느냐며 킬킬댔다. 병희는, 근처에는 술 마실 곳이 그곳밖에 없다며 머쓱해했다. 우리는 치킨 대신 반건조 오징어를 주문해서 소주 두 병, 맥주 4잔을 마시고 일어났다. 보운 형은 저녁 때가 되었으니 국밥이라도 먹고 헤어지자며 우리를 모래내시장에 있는 순대국밥집으로 데려갔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식당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연이어 붙어 있는 두 개의 식당 모두가 만원이었다. 우리는 원래 자주 가던 단골집인 '보광순대' 말고 그 옆집으로 들어갔다. 헤어지기 전 병희가 '보광'보다  서비스도 그렇고 맛도 훨씬 좋으니, 절대 '보광'으로 가지 말고 옆집으로 가라고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선택은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정말 원없이 먹고 마신 날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기분좋게 먹고 마셔서 그런가 좀 피곤할 뿐 취하지는 않았다. 김 목사만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잠시 잠이 들었을 뿐 나머지 사람들도 전혀 취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기분좋게 헤어졌다. 그나저나 체중관리해야 하는데 계속 먹을 일이 생기네. 나원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