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문화제 ❚ 냉면 회동 (4-13-토, 맑음)
어제 수홍 형과 정진오, 미경 등과 함께 구월동에서 얼근하게 술 마시고 돌아오다, 기어이 유혹을 못 이기고 또 집 앞 참새방앗간 ‘인쌩맥주’에 들러, 계산동에서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던 장을 오라고 해 서너 잔의 맥주를 더 마셨다. 최근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처럼 폭주(음주)하고 있다. 물론 술판의 시작은 내가 아니라 선배나 후배들이지만, ‘불려 나간 자리’에서 자제하지 못하고 과음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 자리에 있던 인간들이 워낙 주당들이다 보니 나 또한 자연스럽게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다. 건강도 당연히 나빠졌겠지만, 나름 치열하게 관리해 온 아랫배가 비상이다. 체중도 이미 70kg이 넘은 지 오래다. 특히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반드시 라면이나 냉면으로 해장하니 문제다.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문화제가 있어서 시청에 들렀다가 연세문학회 선배이자 현재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이고,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 운영위원장인 박래군 형도 만나고, 오랜만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인들도 만나서 반가웠다.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해, 행사 주체들은 물론 뙤약볕에 앉아 있어야 했던 관객들은 고생 좀 했을 듯싶다. 문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작년과 거의 다를 게 없어 싱겁고 재미없었다. 기획자들이 게으르거나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렇게(진부하고 게으른 기획)라도 해서 기억을 공유하는 행사를 조직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야 할 말 없지만.
오늘 행사에서 추모 시를 낭송한 후배 이병국 시인을 만나 제물포 백령면옥으로 냉면 먹으러 갔다. 가는 김에 은준에게 전화해 자리를 잡아놓으라고 했더니 기특하게도 먼저 도착해서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아놓은 후 우리를 기다렸다. 이 집은 자리를 잡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렸다 먹어야 할 만큼 손님이 많다. 오랜만에 먹는 평양냉면, 너무 맛있어서 나는 사리까지 추가해서 먹었다. 수육, 메밀전병, 빈대떡, 냉면을 안주로 소주를 다섯 병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주가 좋으니 취하지도 않았다. 어제 먹은 술, 해장하러 갔다가 또 발동 걸린 것이다.
소주를 5병이나 먹고도 술이 모자라 수봉산 입구에 있는 ‘최군 맥주’에 들러 맥주를 두 잔씩 더 마신 후, 술도 깰 겸 해서 주안까지 걸어와 병국 시인을 먼저 보낸 후 ‘미적대는’ 은준을 데리고 우리 동네 와서 (‘투다리’에 들러) 또 술 마셨다. 은준은 소주 1병, 나는 맥주 두 잔을 더 마셨다. 주로 은준의 너스레를 들어 주었다. 갑자기 신앙고백을 해서 놀랍기도 했다. 들어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 왔다. 오늘은 정말 탄수화물 열량이 폭발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