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월을 보내며 (3-31-일, 맑음)

달빛사랑 2024. 3. 31. 20:18

 

공기의 질이 다소 양호해진 하루였다. 꽃구경 가는 사람들로 대공원은 무척 붐볐을 것이다. 집 근처에 공원과 산책에 안성맞춤인 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옛날 금호아파트 살 때는 아파트 뒤편으로 장수천이 흐르고 천변을 따라 소래포구에서 대공원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이 있어 자주 대공원을 찾았다. 당시 무릎이 안 좋던 나에게는 관모산과 상아산이 오르기에 적당했다. 생각이 엉켰을 때나 뭔가 정리가 필요할 때 산책 삼아 나는 자주 그 종주 코스를 찾았다. 몇 년 전 만수역 근처인 이곳으로 이사 온 후부터는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덜 찾게 되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삼갔기 때문일 것이다.

 

큰누나 내외, 작은누나와 함께 점심 먹었다. 작은누나가 연말정산 환급금이 입금되었다며 점심을 산 것이다. 큰누나네 근처 ‘석빈가든’에서 삼겹살과 냉면을 먹었다. 큰누나 내외는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이 애들 같아서 가끔 헛웃음을 웃곤 한다. ‘애들 같다’라는 게 뭔가 귀엽고 순수하다는 게 아니라 철이 덜 든 것 같다는 의미다. 두 양반은 자주 티격태격하는데, 다툼의 주된 이유는 대체로 매형의 이기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자기 과시적인 모습 때문이다.❚매형은 누나를 무척 무시하는 편이다. 물론 대놓고 그러지는 않지만, 나는 그의 과장된 웃음과 때때로 방심한 그의 말투를 통해 그의 성정과 심리를 읽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안다고 해도 누나는 매형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하다. 하루 이틀 이루어진 가스라이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누나는 불행하다. 예쁘고 똘똘했던 우리 큰누나. 식사를 마치고 큰누나 내외와 헤어져 돌아오며 작은누나와 나는 큰누나(언니)가 답답하고 안쓰러워 혀를 차면서 왔다.❚작은누나가 아이스크림 두 통을 사주었다. 이미 어젯밤에 한 통을 먹었는데……, 아이스크림 풍년이다. 오늘 나의 그녀는 전남 강진의 백련사로 동백꽃을 보러 갔다. “강진의 봄이에요”라며 그녀가 보내준 사진 속에서 동백꽃과 벚꽃이 환하게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