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죽은 배우의 지상에 남은 웃음 (3-19-화, 아침 비, 맑음)
달빛사랑
2024. 3. 19. 20:09
출근길에 만난 비는 무척 수줍어했다. 하도 수줍어하는 바람에 우산 없이 나온 게 후회되지 않았다. 비는 그렇게 수줍어만 하다가 정오가 되기 전에 그쳤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에 마음이 들떴었다. 들뜬 마음으로 만난 비의 모습이 수줍어서 많이 아쉬웠다.
우연찮게 얼마 전 자살한 남자 배우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youtube에서 드라마 ost 모음을 시청하던 중,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의 ost가 흘러나왔다. 뮤직비디오처럼 드라마의 몇몇 장면들이 배경으로 재생되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이자 배우인 아이유의 모습이 보였고, 그의 웅웅대는 저음의 목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그는 분명 지상에 없는데, 그의 표정, 목소리, 웃음은 여전히 이곳에 있어, 마치 그가 잠시 여행을 떠난 것일 뿐 조만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곳에 살던 사람이 완벽하게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일은 불가능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