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러니,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2-27-화, 맑음)
아침에는 조금 바람이 불어 차가웠지만 오전이 지나면서 완연한 봄날처럼 기온이 올랐어요. 다른 날보다 일찍 청사에 도착해 녹차 한 잔을 타 마시며 음악을 검색하고 있을 때, 역시 일찍 나온 비서실 박 비서가 미안한 표정으로 두 건의 원고 의뢰서를 내밀었어요. 우연하게도 둘 다 콘서트 축사였어요. 하나는 삼일절 105주년 기념 가곡 콘서트 ‘울림’에서의 축사였고, 다른 하나는 김병상 신부 추모사업회에서 주최하는 추모 콘서트에서의 축사였어요.
콘서트 ‘울림’은 인천교육청에서 후원하는 행사여서 감(監)이 당일 직접 참석해 축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김병상 몬시뇰 신부의 추모 콘서트에서는 주최 측이 감 님에게 축사 기회를 줄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대개는 주최 측 대표만 간단히 인사말하고 곧바로 공연을 시작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준비는 해둬야 하는 거라서 일단 두 편의 축사를 작성해서 비서실에 넘겼습니다. 꼬박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를 찾아보니 치즈 함박스테이크, 크림 해물 스파게티, 과일샐러드, 마늘빵, 참치김치찌개 등 좋아하는 음식들이었습니다. 은근히 기대했는데, 10시쯤 비서실에서 연락하기를, 오늘은 감(監)님이 각 부서들의 보고를 받은 후 청사에서 식사할 예정이라서 비서실 식구들도 중국 음식을 주문해서 먹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까워라, 희한하게 구내식당 메뉴가 좋은 날은 매번 중국 음식을 먹게 되더라고요. 하긴 오늘은 여직원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식당 대기 줄이 길었을 거예요. 밥 먹기까지 한참 걸렸겠지요. 아무튼 나는 두부 덮밥을 주문했습니다.
12시쯤 식사하러 가니까 탕수육도 있고, 군만두도 있고, 짜장면도 있고, 짬뽕도 있고, 정말 혈당에 안 좋은 음식들이 다 있더군요. 박 비서는 다이어트 중이라며 과일샐러드를 따로 싸와서 먹었고, 주 비서관 역시 다이어트 중이라며 식사를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이 비서도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고 나에게 상당 부분을 덜어주었습니다. 남길 것 같다기에 내가 먼저 달라고 했지만요. 가만히 보면, 젊은 여성들은 당뇨환자들만큼이나 삶의 질이 나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아요. 금식이라는 게 건강상의 이유로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외모 가꾸기 차원에서 하는 거잖아요.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치판만 아니면 나에게는 참으로 평온한 하루였습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안과에 들러 망막병증 정기 검진을 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