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코 앞으로 다가온 봄 (2-13-화, 흐림)

달빛사랑 2024. 2. 13. 23:19

 

잠 깬 봄이 기지개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아직 대놓고 소리 질러대지는 못하지만, 내가 사는 곳 가까이 봄이 다가온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 채소가게 문 열었나 보러 쇼핑 캐리어 끌고 가봤는데, 오늘도 문 닫았더군. 도대체 며칠째 휴업인 거야. 암만해도 채소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아무튼 내일은 열겠지? 퇴근하면서 둘러봐야겠다.

 

그나저나 누비바지와 오리털 파카를 입고 비니에 장갑까지 끼고 집을 나섰다가 너무 더워서 다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담장 밑이나 옥상 텃밭의 흙 속에 숨어 있던 이른 봄이 내 모습을 보았다면 배를 잡고 웃었겠다. 바람은 불었으나 차지 않았다. 이렇게 겨울 가고 봄은 오나 봐. 봄의 기척을 느끼지 않았다면 채소를 사지 못한 아쉬움은 더욱 컸을 거야.

 

또 아이스크림을 한 통 다 먹었다. 지난주와 오늘까지 세 통을 먹은 거다. 사러 가면서도 ‘이게 마지막 아이스크림이야. 다시 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면 독약을 먹는 거야’라고 자기 세뇌하지만, 번번이 단맛의 유혹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나마 명절 때는 술 마신 날이 없어 라면을 먹지는 않았다. 술 마신 후 해장으로 라면을 먹는 게 루틴이었으니까. 이거야, 원. 배스킨라빈스는 인류에게 당뇨와 고지혈과 고혈압을 앓게 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라! 통감하라! 통감하라!

 

왜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