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아, 바람아, 나를 유혹해 봐 (1-26-금, 약간 흐림)
어제의 일. 퇴근하고서 혁재가 화수동에 얻은 작업실에 들렀다. 작년 10월쯤 이미 작업실로 사용할 상가 건물을 임대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들러보지 못했다. 해가 막 서해로 넘어가기 시작할 때쯤 화수동 15번 종점 근처 그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아직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혁재는 그곳에서 무척 편해 보였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 중 일부는 유리문 안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나와 혁재를 자꾸만 힐끗거렸다. "출입문에 선팅을 해야겠어. 안에서 밖은 보이는데 밖에서 안은 안 보이는 그런 선팅 있잖아. 저녁노을을 볼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사람들이 실내를 빤히 들여다보는 건 부담스럽군" 했더니, 혁재는 "나는 상관없어요" 했다. 하긴 주인이 싫지 않으면 된 거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을 때쯤 선아와 미경이가 작업실에 들렀다. 미경이는 개소 선물로 산 크고 넓은 테이블과 술안주로 먹을 스시를 가져왔다. 한 30분쯤 수다 떨다 그녀들은 먼저 가고, 나와 혁재만 남아 막걸리를 마셨다. 7시 반쯤에는 J 누나와 연락이 되어 신포동 문화재단 근처 '신포동집'으로 이동해 우럭젓국탕을 안주로 2차를 했다. 3차는 애관극장 맞은편 누나의 집이자 작업공간에서 간단하게 마셨다. 돌아올 때, 혁재는 다시 화수동으로 돌아가고, 나는 누나가 카카오 택시를 불러 주어 편안하게 돌아왔다. 누나는 직접 뜨개질한 어깨 덮개도 챙겨주었다.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모든 것이 낯설게 보였다.
많은 문자가 도착해 있었지만 오후 늦어서야 하나씩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