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겨울의 한복판에서 (1-24-수, 맑음)
어제보다는 기온이 상승했으나 오늘도 여전히 추웠다. 하지만 오늘은 돌아다닐 일 없이 사무실에만 머물 예정이라서 경량 오리털 패딩을 입고 나왔다. 청에 도착했을 때는 목에서 땀이 났다. 체감 기온 영하 15도까지는 경량 패딩에 후드티, 목도리만 해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오늘은 늦잠을 잔 탓에 다소 늦게 출근했다. 사무실 문을 여니 따뜻한 온기 느껴졌다. 8시 이전에 출근하면 중앙난방식 보일러가 가동되기 전이라 사무실 안이 썰렁하다. 그래서 특보실에만 있는 타워용 난방기를 틀어 놓았다가 8시 이후에 (교육청 공식 난방이 시작되면) 개별난방기를 끄는 게 겨울 아침의 흔한 일정이다.
사실 같이 일하는 보운 형이 출근하는 날은 나보다 먼저 출근해서 방을 데워놓기 때문에 나는 매번 아침을 따듯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보운 형이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니라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내가 난방기를 켜고 꺼야 한다. 오늘처럼 나 혼자 출근한 날은 보운 형이 많이 생각난다.
오전에는 우리 팀 서무를 보는 주무관이 올라와 설 명절에 받을 직원 선물을 선택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월요일에 제출한 연말정산 서류 중 누락된 서류를 요청했다. 서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출력해서 전해줬고, 선물로는 김을 선택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김은 참 요긴한 반찬이다. 게다가 교육청에서 선물하는 대천김은 양도 많고 맛도 있다. 그래서 나는 명절 때마다 항상 쌀과 햄과 건강식품 등속보다 김을 선택했다. 다른 건 다 거기서 거기지만 맛있는 김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목요일 만나기로 한 로미와 상훈과의 약속 때문에 괜찮은 술집을 검색해서 로미에게 톡으로 보내줬더니, 잠시 후 “선배님, 약속 다음으로 미뤄야겠어요” 하는 답장이 왔다. 나도 연거푸 술 마시는 게 부담스러워 내심 반색하며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뿔싸! 어제 나랑 헤어진 후 혁재와 로미는 근처 음악 카페 ‘비틀스’에 들러 술을 더 마신 모양인데, 문제는 그곳에서 나오다 계단에서 발을 접질려 발가락 골절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혁재와 함께 병원에 들러 깁스하고 링거 맞는 중이라고 했다. 아무튼 그래서 상훈에게 연락해 약속을 연기했다.
그나저나 로미나 나나 이제 60대, 넘어지면 그대로 골절상을 입을 가능성이 큰 나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취해서 돌아다니면 안 된다. 술을 좋아하는 내가 걱정되어 생전의 엄마는 겨울만 되면 무척이나 노심초사하셨다. 평생 넘어질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사고는 예고하고 찾아오는 게 아니다. 주변의 일들을 타산지석 삼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