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잃었던 하루를 되찾다 (1-21-일, 간간히 비 오고 흐림)

달빛사랑 2024. 1. 21. 20:50

 

 

평소보다 다소 늦은 8시쯤 잠이 깼다. 창밖을 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아, 또 비 오네. 출근길에 우산 챙겨야겠군' 하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왠지 모르게 오늘 아침은 다른 월요일과는 다르게 머리도 아프고 만사가 귀찮아져 출근하기 싫었다. 결국 내일 출근하기로 하고 주방으로 가서 늦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누나가 가래떡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웬일로 이 시간에?" 물었더니, "주일 2부 예배 갔다 오는 길이야. 가래떡 좀 사 왔어." 했다. "엥! 오늘 일요일이었어? 어쩐지" 하면서 킬킬 웃었더니, 누나는 '도대체 쟤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누나에게 말을 안 했지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잃어버렸던 하루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어젯밤 술기운 때문에 혼곤한 잠에 빠졌었나 보다.❚

 

아무튼 되찾은(?) 일요일을 허비해선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화초들에 물을 주고 고목나무와 거미난초의 자리를 바꿔주고, 재활용 쓰레기도 밖에 내놓고, 빨래도 하고 반찬(김치찌개)도 만들고, 장도 볼까 했지만 날이 궂어 장 보러 가지는 못했다. 근육 운동도 30분 이상 했고, 유산소는 평소처럼 1시간 30분 했다. 머리가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하지만 술 마신 다음날의 루틴은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후에 라면을 끓여 먹었고 저녁에는 김치볶음밥을 먹었으며 밤에는 투게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었다. 이 저주받은 루틴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다만 다른 날보다 운동을 많이 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