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올겨울은 내게 무척 우호적이군 (1-6-토, 밤에 많은 눈)
달빛사랑
2024. 1. 6. 22:40
올겨울은 나에게 무척 우호적이다. 음악을 주고 술을 주고 친구도 주고 일탈의 유쾌함도 주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든 건 어느 날 겨울이 선물한 내 방 창문 크기의 로맨틱한 밤 풍경이었다. 겨울이 나를 망가뜨리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면 겨울이 나에게 베푼 호의는 예사로운 게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늦은 밤까지 사람들과 함께 있다 돌아온 날은 귀가하는 내내 나와 함께 했을 겨울의 표정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취했거나 풀어졌거나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던 까닭이겠지만, 발걸음, 걸음마다 따라붙던 밤의 옷자락을 마냥 밟으며,저절로 걸어지는 발걸음을 따라 집으로 향하거나 또 다른 술집을 찾아갈 때 겨울은 내가 우스웠을까 안쓰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