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수십 년 전 일기를 스캔(스캐너 모델: CZUR Shine 1300A3 Pro모델)해 두었다. 나는 국민학교 시절부터(그림일기는 별로였지만)일기 쓰기를 좋아했다.어린 시절 썼던 일기는 엄마가 모아놓고 자주 읽곤 하셨는데,질풍에 휩쓸리고 노도에 떠밀리다 보니 대부분 유실됐고,사춘기 시절의 일기는 고2겨울 방학,실연을 계기로 스스로 모멸에 겨워 하나의 의식(儀式)처럼 태워버렸는데,지금 가장 후회하고 있는 일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번에 스캔한 것은 대학 입학한 82년 겨울부터 대학원 졸업하던 90년까지 총 9년간에 걸쳐 쓴 일기들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다보니 두툼한 일기장 13권 분량이 되었다. 그 일기장 속에는 내 20대 삶의 모든 볕과 그늘이 망라되어 있을 것이 다.
인천의 '현장'으로 내려와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일기를 한동안 쓰지 않다가 2000년대 들어와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육필이 아니라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PC에 쓰거나 블로그에 올렸다. 그 글들도 낱개 파일로 따진다면 6천 편에 가깝다. 마지막 이미지는 지금으로부터36년 전인 1987년 12월 1일에 쓴 일기를 스캔한 것이다. 그때도 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모양이다. 일기장 살 돈이 없어 걱정하고 있는 걸 보니......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자주 곤혹스럽고 때때로 행복한 일기 쓰기는 지금까지도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