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냥 그런 하루 (11-22-수, 약간 흐림)

달빛사랑 2023. 11. 22. 23:27

 

 

일어나자마자 세탁기를 돌렸다. 쌓인 빨래들이 많았다. 세탁기는 90분 가까이 울면서 돌았다. 미세먼지도 있고 날도 흐려서 그냥 방 안에 있는 건조대에 널었다. 건조대가 힘겨워할 만큼 빨래가 많았다. 누나가 사다 놓은 작은 사과를 먹으며 쉬고 있을 때, 김치통을 들고서 동생이 방문했다. 얼마 전에 한 김장김치를 가져온 것이다. 덕분에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하다. 올 겨울도 작년 겨울처럼 김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김치를 가져온 동생은 식탁에 있던 삶은 고구마를 입에 넣으며 내 안부를 물었다. "별일 없으시죠? 고구마 정말 먹고 싶었는데....." 하며  그는 농구 선수 손가락 같은 고구마 대여섯 개를 맛있게 먹었다. 고구마를 입에 넣은 채 그는 "형님, 이제는 살 좀 그만 빼셔도 될 거 같은데요? 몇 킬로 나가시죠?" 하고 물었고, "63kg, 사실 많이 먹고 있는데도 희한하게 살이 안 찌네. 현재는 오히려 열심히 찌우는 중이다" 내가 대답했다. 묻고 대답하며 동생과 나는 둘 다 웃었다. 나는 웃기지 않았지만 웃었다. 그도 웃기지 않았는데 머쓱해서 그냥 웃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둘 다 웃은 건 사실이니까.

 

점심 먹고 얼마 후, 엊그제 주문한 트라이 기능성 내복과 나이키 운동화가 도착했다. 내복이 너무 고급이라 부담스러웠다. 사실 난 그저 얇고 평범한 내복이면 족했는데, 실물을 보니 현재 입고 있는 만 원짜리 내복보다 무거워 보였다. 나이키 운동화는 동봉된 흰색 끈이 너무 단조로워 집에 있던 카키색 운동화 끈으로 바꿔 묶었다. 훨씬 보기 좋았다. 다인아트 윤 대표의 전화도 받았다. 급하게 교정봐야 할 원고가 있다며 A4 용지 50매짜리 자서전 원고를 카톡으로 보냈다. 내용을 보니 내년 선거에 출마하려는 인물이었다. 꼬박 8시간이 걸려 교정을 완성했다. 다소 생색내는 문자와 함께 나도 윤 대표의 카톡으로 교정 파일을 보냈다. 잠이 많은 그녀는 아마도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내가 보낸 파일을 열어 볼 것이다. 하루가 참 평범하고 얌전하게 흘러갔다. 동생 말에 의하면 목요일인 내일은 비가 내리고 금요일에는 다시 강추위가 찾아올 거라고 했다. 오늘 밀린 빨래를 해두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