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마지막 임플란트 수술 (9-19-화, 구름)

달빛사랑 2023. 9. 19. 20:59

 

오늘로써 10개째(위쪽 어금니 2개) 임플란트 식립을 마쳤다. 앞으로는 심어 놓은 티타늄 구조물이 잇몸 뼈와 잘 결합하기를 기다렸다가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치과에서는 보통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산정해 놓고 잇몸과 수술 결과를 유심히 살피며 진료를 이어간다. 만족할 만한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료를 끝내고 임시 치아를 제거한 후 본 제품으로 머리를 올린다. 틈틈이 들러 상태를 살펴보겠지만,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물론 수술한 오늘부터 며칠간은 통증관리를 해야 하고 임시치아도 보정해야 해서 당장 내일도 치과를 방문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제 더는 (남은 치아들도 언젠가 문제를 일으켜 임플란트를 해야 하거나 이번에 해 넣은 임플란트가 유효기간이 다 되어 문제를 일으키면 또 모를까) 잇몸과 입안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마취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고, 뼈가 갈려나가는 적나라한 소리, 드라이버 소리, 그라인더 소리들을 듣지 않아도 되니, 그것만으로 살 것만 같다. 원장은 수술을 하며 나에게 "오늘이 마지막 수술입니다. 너무 좋지요? 뭐 진료가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술은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며 웃었다. 나는 이미 치료대에 누워 입을 벌린 상태라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OK!' 했다. 

 

문제는 수술을 한 날은 스트레스도 쌓이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수술이 점심시간을 넘겨 끝났기 때문에 평소보다 허기를 느껴 식사량이 다른 때보다 많긴 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다. 2시 50분에 식사를 시작하고 3시 50분에 한 시간 후 혈당을 재니 200이 나왔다. 엄청난 수치다. 또 하나의 원인은 수술을 막 끝내고 와서 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육개장 국물에 밥을 말아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채소 위에 마요네즈도 듬뿍 얹어 먹었다. 문제는 2시간 혈당이다. 보통의 경우는 확 줄어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은 식후 2시간 혈당도 180이 나왔다. 많이 떨어지질 않은 것이다. 아마도 처방약을 먹는 동안은 계속 혈당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듯하다. 이건 혈관에 정말 안 좋은 일인데, 다행히 오늘 수술이 끝났고, 오늘 처방받은 약을 다 먹으면 당분간은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할 일은 없다. 그럼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만 한 달 내내 수술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었기 때문에 이게 당화혈색소 수치에 영향을 미칠 것은 명백하다는 것, 안타깝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수술한 부분이 아무는 며칠 간은 잇몸에 부담 주지 않는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해서 마트에 들렀다. 저지방 저당 마요네즈를 찾고 찾아서 하나 구매하고, 사골곰탕팩 5개와 순두부 8개를 구매했다. 사골곰탕 국물에 순두부를 넣어 먹으면 영양도 좋고 먹기도 편해 옛날 교통사고 당해 오랜 기간 입원했을 때부터 (그때는 안면이 함몰되어 수술했기 때문에 씹을 수가 없었다. 저작 행위를 하면 간신히 맞춰놓은 얼굴뼈가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죽이나 푸딩 등 유동식이나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야 했다. 그때 매운 게 먹고 싶은 나는 컵라면 국물에 순두부를 넣어먹곤 했다) 자주 먹어온 나만의 레시피다. 


시장을 볼 때 H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어진 대화,

"선배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요즘 바빠서 연락도 못했네요. 술은 거의 안 드시지요? 어디 밖인가 봐요?"

"응, 지금 장 보러 마트 왔어. 건강은 괜찮아. 술은 네 말대로 거의 안 마시고 있지."

"보고 싶은데, 명절 전에는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이어지는 행사 일정 때문에 뵙기 어렵고, 10월 1일에는 볼 수 있어요. 선배님 그날 어때요? 명절 때 어디 가시나요?"

"혼자 사는 사람이 갈 데가 어딨어. 그냥 집에 있어. 음, 10월 1일.... 난 괜찮아"

"그럼 10월 1일에 봬요. 연락 드릴게요."

"그래, 그날 봐. 근데 물 흐르듯 해. 바쁜데 억지로 시간 쪼개지 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10월을 H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뭐 대단한 의미를 두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덜 외롭게 가을을 보낼 수도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나는 좋다. 무척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