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절친 딸 결혼식, 송도 (9-16-토, 흐리고 저녁나절 폭우)

달빛사랑 2023. 9. 16. 20:33

 

친구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식장은 송도 테크노파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고 예식은 11시 30분, 점심 먹기 딱 좋았다. 늦지는 않았지만 막 예식이 시작되려 할 때 도착해서 혼주인 친구 내외와 대화할 시간은 없었다. 식장 안으로 들어가 버진로드 앞에 서 있는 친구 병설을 불러 축하 인사를 전하고 눈도장을 찍었다. 로비로 나오니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다. 고등학교 동창들, 나도 그렇지만 참 많이도 늙었구나. ❚영감이 다 된 친구들은 식도 보지 않은 채 일제히 식당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신부 입장까지는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우겨대다가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식당으로 내려갔다. 오랜 앙숙인 몇몇 친구들은 예순이 넘어서도 화해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식사했다. 약간 우수웠다. 하긴 나에게도 면전에서 식사하기 어색한 친구가 있기는 하다. 다행히(?) 자주 만날 기회가 없을 뿐.  나는 절친 K를 발견하고 그와 함께 식사했다. 돌아다니며 인사하기도 귀찮아서 나를 발견하고 아는 체하거나 내 자리로 와 손을 건네는 친구들과만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 마약을 끊지 못해 감옥을 들락거리며 폐인이 다 됐던 친구 H가 건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내 손을 꼭 잡아 너무 반가웠다. 절친 K에게는 그의 쌍둥이 동생 S가 암 투병 중이고 다른 장기에 전이되어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 또 다른 절친 O가 뇌경색 때문에 말이 어눌해지고, 심지어 얼굴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소식 등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죽음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먹고 싶은 게 넘쳐나는 뷔페다 보니 메뉴 고르기가 오히려 곤혹스러웠다. 평소 좋아했던 메뉴, 이를테면 초밥이나 스파게티와 같은 음식 앞에서는 많은 갈등과 고뇌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많이 가미된 음식은 배제하고 주로 단백질과 고지방 음식, 그리고 샐러드를 골랐다. 갈 때부터 생선회나 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스테이크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생선회와 육회를 덜어와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혼주 내외를 기다리며 K와 담소했다. 1시간쯤 지났을 때, 폐백을 마친 친구 내외가 식당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다시 덕담을 건넨 후, K에게만 살짝 가겠다고 말하고 식당을 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아마도 자리를 옮겨가며 낮술 했을 것이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 없는 내가 아들을 결혼시키려면 또 얼마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 심란했다. 집에 돌아와 30분 운동한 후 샤워하고 한숨 잤다.❚저녁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많은 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