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종일 내리다 (9-13-수, 비)
올해는 가을에 비가 무척 잦다. 게다가 내리기 시작하면 며칠씩 장맛비처럼 내린다. 한창 곡식이 익어가고 있을 때 내리는 비는 얼마나 눈치 없는 비일 터인가. 오늘도 비는 오락가락했다. 내일은 건너뛰지만, 주말에는 다시 또 비가 온다고 한다. 주말에 많은 일정이 잡혀 있는데, 걱정이다. 친구 딸의 결혼식이나 내 생일 모임이야 실내에서 하니 상관없지만 작가회의 주관으로 야외에서 진행하는 이태원 희생자 추모집회는 비가 오면 여러 모로 곤란하다. 걱정이다.
퇴근하면서 약국에 들러 소염제와 식염수를 사고, 바로 옆 편의점에서 복권도 2장 샀다. 이발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마트에 들러 계란과 두부를 샀다. 저녁에는 피망과 부추, 달걀을 이용해 '부추 달걀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먹을 만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9시만 넘으면 졸리고, 10시가 넘으면 정신이 멍해질 만큼 졸음이 몰려온다. 초저녁에 잠이 오는 건 상관없는데 그렇게, 그 시간에 잠이 들면, 빠르면 2시, 늦으면 3~4시에 잠이 깬다. 소변이 마렵기 때문이기도 한데, 문제는 이렇게 일어나면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몸 상태는 무척 개운하다.
나이 먹으면 초저녁 잠이 많아지고 새벽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생전 어머님은 11시까지 깨어 계시다가 정확하게 11시에 방에 들어가셔서 1시간 동안 기도하시고 12시쯤 잠자리에 드셨다. 그리고 이튿날 8시쯤 기침하셨다. 어떻게 그런 리듬을 갖게 되셨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면서도 신비한 부분이다. 기도의 힘이었을까? 그래서 엄마는 그렇게 기도하듯, 주무시듯 하늘나라 가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