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름이 떠가는 강심(江心) (8-16-수, 맑음)

달빛사랑 2023. 8. 16. 20:55

 

아침 출근길에 시원한 바람을 만났다. '아, 가을이 코앞으로 다가왔구나.' 생각했다. 청사에는 몇 가지 안 좋은 소식이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작년 선거 때, 진보교육감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던 한 퇴직교사가 보수진영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는데, 보수후보 측에서는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고소했었다.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그 고소 고발 건에 관한 1심 판결이 엊그제 난 것이다.

사실 해당 보수진영 후보의 논문 표절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선거캠프의 그 해직교사는 그러한 '사실'을 직접 검증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논문표절검사시스템(Copykiller Campus)으로 두 편의 논문을 검증한 결과 하나(이미 널리 표정이라 알려져 있던)는 상당한 수준의 표절로 확인되었고, 다른 하나는 '주의' 수준의 표절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퇴직교사가 정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같은 수준의 표절이라 판단하여 그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공표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거짓말한 건 아니다. 완전 표절이든 주의와 경고를 받은 표절이든 표절은 표정이니까.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판사는 피고(퇴직교사) 측에서 제출한 모든 증거를 이유 없다며 기각해 버렸다. 그러면서 그는 검사가 구형한 8개월보다 높은 1년 징역형을 선고하며 피고를 법정구속해 버렸다. 당사자는 물론 재판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일제히 멘붕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판사는 극우 보수세력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 판사 성향을 사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은 재판 전부터 이미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같은 황당한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비슷한 날,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경제사범들, 다시 말해 합법적 사기꾼들을 사면해주었다. 진짜 사기꾼은 석방되고 순진한 퇴직교사는 실형이 선고되어 법정 구속되었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생생한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