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4주기 기일 (8-6-일, 흐리고 소나기)
아버지 24주기 기일 아침, 여느 때처럼 6시 조금 지나 기상해서 혈당 체크하고(정상), 아침운동하고 났더니 서둘러 주일 2부 예배를 마친 누나들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10 30분, 아들이 도착했다. 모두 아들 차를 타고 만수3지구로 이동, 2부 예배 후 집에 차(車)를 두러 갔던 매형을 픽업했다. 그는 가족 모임을 할 때마다 술 한잔해야 한다며 늘 차를 두고 온다. 11시쯤 부평가족공원에 도착했다. 동생 내외와 조카는 먼저 와 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한낮의 태양을 피할 요령으로 모두 양산이나 우산을 준비해 갔는데, 희한하게 정오 무렵에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한낮의 쨍한 볕을 가려주었다. 얼마나 고맙던지. 또 지난달 다녀간 장맛비로 인해 혹시 봉분 위 떼가 쓸려내려갔거나 잘못된 곳은 없는지 묘역을 둘러봤는데, 다행히 무탈했다. 다행이었다.
준비해 간 자료를 꺼내 읽으며 간단하게 추도식을 진행했다. 추도식을 마치고 작은누나가 예약해 놓은 우리집 근처로 식당으로 이동해 함께 점심을 먹었다. 간헐적 단식에 혈당 관리 중이었으나 오늘은 특별한 날, 소주를 마셨다. 매형, 나, 동생 이렇게 셋이서 세 병을 마셨으나 동생은 두어 잔만 마셨으니 나와 매형이 각각 1병+2잔 정도를 마신 셈이다. 취기도 약간 돌며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형제들과 만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달 추석은 가족 단위로 따로 보내기로 하고 헤어지려는 순간, 동생 내외와 누나들이 다음 달에는 내 생일도 있으니, 그럼 그때 다시 만나자며 일정을 잡았다. 아들도 적극적이어서 나는 가만히 있었다. 아마 다른 때와는 달리 올해는 환갑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처음에는 "요즘 누가 환갑, 진갑을 챙겨요?" 하며 손사레 쳤지만, "명절도 따로 지내는데, 그럼 앞으로 점점 더 형제들의 만남은 줄어들 것이고, 또 그만큼 소원해지지 않겠니? 네 생일을 핑계로 가족들이 한 번 더 만나자는 거 아니겠어?"라는 큰누나의 말을 듣고는 잠자코 있기로 했다. 맞는 말이니까.
가족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오자마자 유산소운동을 했다. 소주도 소주려니와 감자탕 돼지고기를 무척 많이 먹었고 볶음밥도 몇 숟가락 먹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칼로리 섭취가 많았기 때문이다. 30~40분 운동하고 샤워한 후 두려운 마음으로 (술을 마시기도 했고 평소보다 많이 먹었기 때문에) 혈당을 측정했는데, 어랏! 지극히 정상 혈당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두어 차례 더 반복 체크했는데도 정상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내심,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술과 과식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수치의 유혹이자 함정이다. 사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측정 수치와 관계 없이 계획적이고 철저한 몸 관리가 필수인데, 이렇듯 수치가 "자네는 정상이야, 좀 더 자유롭게 살아도 돼!" 하고 유혹을 하면, 그 순간부터 건강 관리가 느슨해지기 십상이다.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 챙겨 먹고 운동하고 나서 혈당을 쟀는데, 식후 1시간, 2시간 혈당 모두 안전한 정상 수치가 나왔다. 우려스럽게도 '소주, 거 아무 것도 아니네. 마셔도 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앞으로 불가피하게 술자리가 있을 때,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시게 될 것 같다. 물론 맥시멈 1주일에 2병!
술을 마시면 잠시 혈당이 내려가기도 한다는데, (결코 좋은 게 아니다) 내일 아침 공복 혈당이 정상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