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는 진안에 가지 않았다 (07-30-일, 저녁에 소나기)

달빛사랑 2023. 7. 30. 18:52

 

다이어트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 시간쯤 혁재, 창길과 함께 진안에 있었을 것이다. 엊그제 희순이가 직접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말했고, 영택이도 옆에서 "형, 빨리 내려오지 않고 뭘 해?" 하며 큰소리로 거들었다. 보고 싶다는 말과 이번에는 꼭 내려오라는 말이 너무 곡진해, 전화할 당시에는 얼떨결에 “알았어, 내려갈게” 했지만 전화 끊고 생각하니 걱정되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최근 나에게는 다이어트와 혈당 관리라는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둘 다 생활의 리듬 유지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약 예정대로 내가 후배들과 함께 진안에 갔다면 한 달간 유지해 왔던 촘촘한 생활의 리듬이 깨져버렸을 게 틀림없다. 반가운 마음에 술도 마셨을 것이고 제대로 된 운동도 했을 리 만무하다. 또한 희순이에게 내가 먹을 잡곡밥이나 현미밥은 물론 채소와 과일(그중에서도 GI 지수가 낮은 과일)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희순이에게 전화해 사정을 설명한 후 못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희순이는 “당연하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형의 건강이야. 형편이 안 되는데 무리해서 내려올 필요가 뭐가 있어. 잘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나를 격려해 주었다. 아쉽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무엇보다 아직 나에게는 치르고 있는 싸움이 있지 않은가. 체중과의 전쟁 말이다. 혈당은 이미 정상을 회복했지만 다이어트 최종 목표인 65kg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오늘 아침 67.2kg까지 떨어졌었는데 점심과 저녁, 누나가 사다 준 감자탕 국물과 뼈에 붙은 돼지고기를 평소(다이어트 이전)처럼 먹고 나서 체중과 혈당을 재봤더니 혈당은(식후 1시간 122, 식후 2시간 126이 각각 나왔다. 140 이하면 정상이고 200이 넘으면 당뇨로 진단한다) 지극히 정상으로 나왔으나 체중은 900g이나 늘었다. 정말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배가 빵빵할 정도로 식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 점심과 저녁 때는 ‘다이어트 중인데 이렇게 먹어도 되는 거야?’ 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당연히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내 몸을 속이는 치팅데이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가끔은 동물성 지방도 섭취해 줘야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리화하면서……

 

저녁에 잠시 소나기가 시원스레 쏟아졌다. 어찌나 도시가 달구어져 있었던지 비가 내렸는데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 마치 벌겋게 달구어진 난로 표면에 물을 부으면 수증기가 만들어지면서 주변을 더욱 열감으로 휩싸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도  소리만은 시원했다. 당연하게도 오늘 역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