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 반가운 동료들과 술자리 (07-12-수, 흐림)
하늘은 흐리고 개고를 반복했지만 오후에도 비는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잡곡밥을 먹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서 밥 먹고 왔다. 수요일에는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 청사 근처 식당들 중 잡곡밥 주는 식당은 무척 드물다. 없지는 않겠지만 찾기 힘들고, 찾았다 하더라도 주 메뉴가 원하는 음식이 아니면 들어갈 일이 없다. 직장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이 이럴 때는 큰 이점이다. 집에서 청까지 도보와 전철로 15분이면 충분하다.
3시에 인천민예총에서 아카이빙과 관련한 강좌가 있어서 참석했다.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았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가 한결같이 "무슨 일 있었어요? 많이 여위었네요. 어디 아픈 거 아니죠?" 하며 한마디씩 했다. 귀찮기보다는 뿌듯했다. 속 건강도 중요하지만 2주에 걸친 나의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무척 서운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몸의 변화를 알아보는 것을 은근히 즐기면서 그간의 과정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
강좌가 끝나고, 갈매기에 가려고 전화했더니 왠일인지 문을 열지 않았다. 명절에도 문을 여는 갈매기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평일에 문을 닫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은근히 걱정되었다. 할 수 없이 '경희네'로 이동해서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오랜만에 강화의 용철 형과 충의 작가, 그리고 창길이와 오늘 발제를 한 진현, 창수 형 등을 만났다. 언제 봐도 즐겁고 반가운 사람들. 경희네에서 나와 사람들과 헤어진 후, 창길, 충의 작가, 창수 형, 나, 그리고 나중에 우연하게 만난 동렬 형까지 다섯이서 근처 어묵 가게로 2차를 갔다. 먼저 갈 심산으로 술값을 계산했더니 충의 작가가 3차는 자신이 계산할 테니 회 먹으러 가자고 강권해서 (동렬 형은 먼저 가고) 할 수 없이 횟집에서 3차를 했다. 경희네에서 다른 일행들과 술 마시던 은준이 밤늦어 전화했다.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합류시켰다. 횟집에서 나와 창길과 충의 작가는 4차를 갔고, 창수 형과 나 은준은 각자의 방식(창수 형은 대리운전, 은준의 택시, 나는 지하철)으로 귀가했다. 공기 중에 물기가 가득했다. 내일은 제법 많은 비가 올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