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족 묘역에 다녀오다 (06-04-일, 맑음)

달빛사랑 2023. 6. 4. 20:00

 

오전 10시, 느직이 일어나 운동하러 가려할 때 누나와 큰 매형에게 연락이 왔다. 부평공원 가족 묘역에 들러 묘역의 조경수인 측백나무를 전지(剪枝)하려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었다. 부모님 뵌 지도 오래되었고, 특히 서울 사는 조카 내외가 함께 간다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10시 20분쯤 교회 예배를 마친 매형이 차로 나를 데리러 왔다. 누나와 조카 민규의 차를 타고 따로 공원으로 갔다.❙화병에는 며칠 전 동생이 다녀가면서 갈아놓은 새 꽃들이 화사한 얼굴로 꽂혀있었다. 허리가 아픈 나는 등을 구부릴 수가 없어서 주로 매형과 조카가 부스스한 측백나무의 가지를 다듬었다. 가지를 잘라내 잘록해진 나무를 보니 내 기분까지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봉분 위에는 노란 들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으나 일부로 뽑지 않고 그냥 두었다.❙전지를 마치고 일행들은 만수동 한정식집 ‘들밥차반’으로 나와 함께 식사했다. 매형이 소개한 한정식집이었는데, 음식도 정갈하고 분위기도 좋아 모두 맘에 들어했다. 특히 음식 타박이 심한 (건강상의 이유로 못 먹는 음식이 많은) 큰누나가 너무 만족스러워했다. 매형이 누나를 위해 일부러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식당이라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누나는 소녀처럼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쯤 갈매기 종우 형과 혁재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월동에서 술 한잔하자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있어 못 간다고 하자 혁재는 “그래요, 형. 가족들하고 화목하게 지내세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어제 과음했는데 오늘까지 술 마실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나저나 혁재에게 들은 바로는, 후배 시인 명수가 술 마시고 귀가하다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 명수인데 어쩌다 그런 사고를 당한 건지 모르겠다. 일단 수술은 잘 됐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빨리 쾌차하길 기도한다.❙

 

밤 9시쯤에는 제고 후배 송 모가 너무 급하다며 돈 좀 꿔달라고 연락해 왔다. 나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마침 갈매기 종우 형에게 빌려줬던 돈을 엊그제 돌려받은 터라서 다행히 송(宋)에게 빌려줄 수 있었다. 남에게 돈을 빌리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몇 번이나 망설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자신에게 닥친 것이 모멸스럽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평생, 절대 잊지 않을게요. 고맙습니다. 형님!’” 하고 문자가 왔다. 나는 “더 많은 도움 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부지런히 일해서 갚아.*^^* 힘내고!”라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참 쓸쓸하고 애 시린 6월이다. 내가 알고 나를 아는 모두 이들이 이 혹독한 6월 앞에서 제발 무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