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는 그치고 (05-29-월, 흐림)

달빛사랑 2023. 5. 29. 20:47

 

오늘은 대체 휴일이라서 출근하지 않았다. 흡사 장마처럼 사흘간 이어진 초여름비는 이른 아침 잠깐 내리고 이내 그쳤다. 오전에는 모처럼 센터에 들러 운동했다. 열흘 만이다. 러닝머신과 사이클을 90분 탔고, 어깨와 가슴, 허벅지와 엉덩이 운동을 20분 했다. 평소보다 운동량을 조금 늘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둔해 보였고 실제로 몸무게도 늘었기 때문이다. 금연 이후 아이스크림과 탄수화물의 섭취가 현저히 많아졌고, 허리가 안 좋아지고부터는 운동도 이전보다 게을리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누나가 분말 단백질 한 통과 족발을 사다 주었다. 거실에 보행보조기가 나와 있는 걸 보고는 "아직도 허리가 안 좋아? 나이가 있으니 이제 먹는 거에도 신경 써야 해"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사준 것이다. 고맙기보다는 미안했다. 가끔은 누나의 질문이나 조언이 잔소리처럼 들려서 귀찮아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늘 뚱한 표정을 짓곤 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지막까지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챙겨주는 건 가족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그렇게 무뚝뚝한 내 모습에 나 스스로도 진절머리가 날 때가 많다. 너무 오래 혼자 지내와서 그런 것 같다. 비단 누나에게만 무뚝뚝한 게 아니다.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모르니 타인의 배려조차 귀찮아하는 거다. 일단 내 삶의 영역에 누군가 들어오는 게 싫고, 친구나 가족이란 미명하에 생각 없이 던지는 농담이 싫고, 뜬금없는 진지함이나 조언도 싫다. 모든 게 간섭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느끼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비는 그쳤지만, 맘마저 맑게 갠 건 아닌 모양이다. 볕 나면 깨끗해진 한낮의 하늘을 올려다보리라 작정했는데,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겠지. 마음 단단히 먹고 호흡 조절하면서 이 여름을 통과하도록 하자. 지레 겁먹고 오버페이스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