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고독은 나의 힘 (05-25-목, 맑음)
달빛사랑
2023. 5. 25. 20:40
시간이 너무 빠르다. 의식하지 않아도 (그 빠르기가) 체감된다. 30~40년 전 일들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날들은 얼마나 될까? 30년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나는 왜 긴장하지 않는 걸까.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 조급해해야 옳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삶에 관해 달관한 사람도 아니잖은가. 여전히 죽음은 두렵고 성취에 대한 갈망은 크다. 그런데 왜 세월에, 흐르는 시간에 긴장하지 않는가. 무기력해진 것일까. 나태해진 것일까. 타성에 젖은 채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그 이유는 아마도 고독과 멀어진 탓일 게다. 한동안 고독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수십 개의 마스크를 갈아 쓰며 꾸며진 삶을 살았다. 외롭고 슬플 틈이 없었다. 하지만 윤색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삶에서 벗어나려면 자주 고독하고 슬퍼해야만 했다. 고독은 늘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혁명가나 시인의 삶을 선택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할 때, 그때마다 나는 고독하고 또 고독했다. 새롭게 마주하게 될 시간의 표정을 상상하며 나는 매번 한참을 고독 속에 머물곤 했다. 그렇다. 물처럼 빠른 저 시간의 달음박질에 현기증이 나지 않으려면 익숙한 고독과 대면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고독은 나의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