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늘 내게 혹독했던 여름 앞에서 (05-23-화, 맑음)

달빛사랑 2023. 5. 23. 20:34

 

이번주 목요일이 마감인 원고(신문 칼럼)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자유롭게!'라는 미션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일회적인 칼럼이면 거절했을 테지만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칼럼이라서 거절도 쉽게 하지 못한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초고가 나와야 하는데, 걱정이다.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창문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미세먼지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그만큼 최근 공기의 질이  나빠졌다. 오전에는 대기질이 매우 안 좋았으나 오후가 되면서 다소 좋아져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비로소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창문조차 맘대로 열 수 없으니 마치 감금된 수인처럼 답답한 일상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여름을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맞고, 누리고, 보내고 싶다.

 

하루하루 설렘 속에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밥 한 끼를 먹기 위한 고민조차 설레고, 꽃 피우기 직전의 화초를 보면 설레고, 그리운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며 설레고, 맘에 맞는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설레고, 아직 쓰지 않은 시와 글 때문에 설레고, 가끔 사는 복권이 당첨되길 바라며 설레고, 어느 날 아침이나 퇴근길에 만나는 비 때문에 설레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설렘 속에 살고 싶다. 맘만 먹으면 될 것 같은데,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아닌가?

 

하기사 설렘이 있는 계절이 어찌 여름뿐이겠는가. 꽃 피는 봄날의 설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은행잎이 양탄자를 만든 가을의 공원, 겨울의 눈 내리는 아침과 크리스마스는 또 얼마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가. 다만 그것들을 보고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일 뿐. 그렇다면 바람(願)의 내용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름에는 좀 더 여유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내 생의 남은 계절, 남은 시간을 지밀멸렬하게 보낼 수는 없다. 매번 내게 무척 혹독한 계절 여름 앞에서 새삼 호기를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