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야" (05-09-화, 맑음)

달빛사랑 2023. 5. 9. 20:59

 

며칠 조짐을 보여온 허리 통증이 오늘 아침 극강으로 찾아왔다. 누운 상태에서 일어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모로 누웠다 바로 누웠다 한참을 뒤척거리다 간신히 일어났지만, 움직일 때마다 찌르르하는 통증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었다. 욕실에 가서 세수할 때 허리가 굽혀지지 않아 한 손으로 물을 찍어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스트레칭 대신 몸을 풀어주기 위해 거실을 계속 왔다 갔다 했더니 어느 순간 허리가 부드러지며 견딜 만해졌다. 허리에 손을 받친 후, 천천히 다용도실로 걸어가 몇 년 전 갈매기 종우 형이 준 보행보조기(그의 부친이 사용하던 것)를 꺼내 물로 씻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보조기가 없어도 걸을 만했다. 점심 먹고 잠깐 누워서 쉬려고 했는데, 이리 누워도 아프고 저리 누워도 아파서 수면 자세 잡기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어나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만약 혼자 사는 사람이 거동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면 얼마나 황망할까 하고 생각했다. 갑자기 서글퍼지더라.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그래도 이만하니 정말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허리가 아프니 '불타는 청춘' 속 인물들의 꽁냥 거림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일은 출근하자마자 외출 신고하고 병원에 다녀와야겠다. 극강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끼니마다 허기가 느껴지다니, 몸은 참 비굴하게 솔직하구나. 그래서 미친척하고 냉면에, 라면에 먹고 싶은 거 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