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는 시간 (04-04-화, 흐리고 비)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러 갔다. 일찍 깨기도 했지만, 과연 센터를 24시간 개방하겠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운동 가방 챙겨서 센터에 도착한 게 5시 20분, 이미 서너 명의 회원이 새벽부터 나와서 운동하고 있었다. 센터 측의 약속은 사실이었다. 뭔가 마음이 웅장해지는 느낌! 앞으로는 오늘처럼 일찍 깼을 때, 굳이 6시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찍 운동하러 와야겠다. 일단 샤워실이 붐비지 않아 좋고 러닝머신이나 운동 기구들도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으니 좋다. 그나저나 나보다 일찍 나온 사람들은 뭐지? 그야말로 ‘달밤의 체조’ 아닌가? 대단하다. 우리 주변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무튼 오늘처럼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생각보다 길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안은 잘 다녀왔는지 궁금해서 혁재에게 전화했는데, 받질 않는다. 은준이에 의하면 혁재는 지금 로미와 신기촌 '이쁜네'에서 술 마시고 있다던데...... 지난번 진지해지라고 싫은 소리를 좀 하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삐졌나? 설마 그럴 리가. 뭔 이유가 있겠지. 날은 아침부터 종일 찌뿌둥했다. 공기에 물기가 잔뜩 배어 있다. 좋은 일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너무 가물었다. 곳곳에 산불이 나는 이유도 건조하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부터 비가 내려 목요일까지 내린다고 했는데, 예보가 맞다면 해갈이 되겠네. 제발 맞았으면 좋겠다. 다만 이번 토요일 인천시는 인천대공원에서 벚꽃축제를 거하게 치를 계획이라는데, 연이틀 비 내리면 꽃은 다 지고 말아, 축제는 다소 흥이 깨질 테지. 하지만 흥 깨지는 게 대수겠나, 갈증으로 신음하는 목마른 대지가 더욱 문제인 거지. 미쁜 꽃잎은 악착같이 나무에 매달려 있을 거야.
퇴근 무렵, 혁재와 연락이 닿았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그는 애인과 부개동 낭만포차에서 술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혁재가 보고싶어도 부개동까지 찾아가서 술 마시기는 버거웠다. 그냥 귀가할까 하다가 수홍 형에게 전화했다. 경인일보를 그만둔 뒤 부평에만 주로 머물고 있어 얼굴 보기 어려웠는데, 전화를 하자 흔쾌히 구월동까지 나오겠다고 했다. 먼저 도착한 내가 갈매기에서 막걸리 한 병쯤 마셨을 때 형은 도착했고, 기다리던 비가 뒤따라 도착했다. 형이 소주만 마시는 사람이라 나도 소주로 주종을 바꿨다. 세 병을 둘이서 나눠 마시고 근처 맥줏집에 들러 한 잔 더했다. 그 맥줏집에서는 필리핀인(人)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레퍼토리가 모두 내가 좋아하던 올드팝이었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그 옛날 좋아하던 팝송을 듣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해졌다. 10시쯤 술집을 나와 형은 택시를 타고 나는 전철을 타고 각각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H에게 연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