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뜻밖의, 반전 있던 하루 (03-28-화, 맑음)

달빛사랑 2023. 3. 28. 20:16

 

아침 일찍 찾아온 바람은 오후 늦게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까불대다가 어둠이 올 때쯤에야 수그러들었습니다. 까불대는 바람 탓에 한낮에도 살짝 한기를 느꼈어요. 북향인 내 사무실도 서늘한 탓에 종일 난방기를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오전에는 밀린 일기를 썼고, 내 방에 들른 세 명의 직원과 상담했으며 두 편의 글을 써서 비서실에 보냈고 흡연하러 옥상에 올라가는 비서실장과 함께 나도 두 번 옥상을 다녀왔습니다. 옥상 바닥은 쌓인 먼지로 무척 더럽고 보기 흉했습니다. 발로 팡팡 밟으면 뽀얀 먼지가 일었습니다. 간절하게 봄비를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올봄은 무척 가물기도 했고요.❚오늘은 비서실 직원들과 식사하지 않고, 점심때쯤 내 방에 들른 다인아트 윤 대표와 식사했습니다. 황보 대변인도 동행하게 되어 셋이서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설렁탕집에서 만난 김 모 기자는 대낮부터 낮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안쓰럽더군요. 얼굴도 많이 망가져 있었어요.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곳에서는 인천시청 홍보팀 직원들과 만났습니다. 선배 시인인 윤식 형의 아들도 함께 있었습니다.윤 대표는 헤어지면서 “저녁에 소주 한잔해야지요? 구월동 넘어오면서 연락할게요” 했지만, 사실 나는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 술 안 마셔.”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윤 대표는 막무가내였어요. “몰라요. 이따 무조건 연락할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던 그녀는 정말 내 퇴근 시간에 딱 맞춰서 전화했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한 첫마디는 “어디로 갈까요?”였습니다.❚퇴근하는 비서실장의 차를 얻어 타고 갈매기에 갔습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윤 대표는 내가 모르는 두 사람과 동석해 있었습니다. 내 대각선 방향에 있는 사내가 합석을 권유해 왔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그냥 늘 앉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윤 대표와 동석한 분들 중 한 분은 목재회사 사장님이셨는데, 이 양반이 어쩌나 말이 많던지, 옆자리에 있던 나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사장인 종우 형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합석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그분의 말 풍차돌리기 공격을 당했다면 내 귀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을 거예요.정량인 막걸리 2병을 얼추 마셨을 때쯤 후배 정웅이가 들어왔습니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앉아서 얘기하다가 정웅이의 술값을 계산해주고 술집을 나오려고 할 때였어요. 이번에는 조구 형이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너무 반가워 다시 또 자리에 앉아 (어떻게 그냥 갈 수 있겠습니까) 형과 함께 막걸리 두어 병을 더 마셨습니다. 원치 않는 술자리였다고 혼자 투덜댔는데, 이렇게 조구 형을 만나다니, 정말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간의 안부도 묻고 사랑에 관한 조언도 들으며 오랜만에 형과 술잔을 부딪쳤습니다.❚형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학운 형, 우재 형, 민주화센터 경종 씨, 시청대변인 출신 정 모 기자, 수홍 형 등 계속해서 아는 사람이 들어오던군요. 예정에 없던 술자리였는데 오히려 만남은 풍년이었습니다. 갈매기 형은 손님이 많아 귀가 입에 걸린 건 당연한 일이고요. 종우 형 차를 타고 귀가하는 조구 형과 인사를 나누고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차에 올랐습니다. 다른 때보다 많은 술을 마셨는데, 별로 취하지도 않았고 기분도 좋더군요. 누구와 함께 술을 마시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요란 법석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