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반전 있던 하루 (03-28-화, 맑음)
아침 일찍 찾아온 바람은 오후 늦게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까불대다가 어둠이 올 때쯤에야 수그러들었습니다. 까불대는 바람 탓에 한낮에도 살짝 한기를 느꼈어요. 북향인 내 사무실도 서늘한 탓에 종일 난방기를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오전에는 밀린 일기를 썼고, 내 방에 들른 세 명의 직원과 상담했으며 두 편의 글을 써서 비서실에 보냈고 흡연하러 옥상에 올라가는 비서실장과 함께 나도 두 번 옥상을 다녀왔습니다. 옥상 바닥은 쌓인 먼지로 무척 더럽고 보기 흉했습니다. 발로 팡팡 밟으면 뽀얀 먼지가 일었습니다. 간절하게 봄비를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올봄은 무척 가물기도 했고요.❚오늘은 비서실 직원들과 식사하지 않고, 점심때쯤 내 방에 들른 다인아트 윤 대표와 식사했습니다. 황보 대변인도 동행하게 되어 셋이서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설렁탕집에서 만난 김 모 기자는 대낮부터 낮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안쓰럽더군요. 얼굴도 많이 망가져 있었어요.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곳에서는 인천시청 홍보팀 직원들과 만났습니다. 선배 시인인 윤식 형의 아들도 함께 있었습니다.❚윤 대표는 헤어지면서 “저녁에 소주 한잔해야지요? 구월동 넘어오면서 연락할게요” 했지만, 사실 나는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 술 안 마셔.”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윤 대표는 막무가내였어요. “몰라요. 이따 무조건 연락할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던 그녀는 정말 내 퇴근 시간에 딱 맞춰서 전화했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한 첫마디는 “어디로 갈까요?”였습니다.❚퇴근하는 비서실장의 차를 얻어 타고 갈매기에 갔습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윤 대표는 내가 모르는 두 사람과 동석해 있었습니다. 내 대각선 방향에 있는 사내가 합석을 권유해 왔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그냥 늘 앉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윤 대표와 동석한 분들 중 한 분은 목재회사 사장님이셨는데, 이 양반이 어쩌나 말이 많던지, 옆자리에 있던 나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사장인 종우 형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합석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그분의 말 풍차돌리기 공격을 당했다면 내 귀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을 거예요.❚정량인 막걸리 2병을 얼추 마셨을 때쯤 후배 정웅이가 들어왔습니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앉아서 얘기하다가 정웅이의 술값을 계산해주고 술집을 나오려고 할 때였어요. 이번에는 조구 형이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너무 반가워 다시 또 자리에 앉아 (어떻게 그냥 갈 수 있겠습니까) 형과 함께 막걸리 두어 병을 더 마셨습니다. 원치 않는 술자리였다고 혼자 투덜댔는데, 이렇게 조구 형을 만나다니, 정말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간의 안부도 묻고 사랑에 관한 조언도 들으며 오랜만에 형과 술잔을 부딪쳤습니다.❚형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학운 형, 우재 형, 민주화센터 경종 씨, 시청대변인 출신 정 모 기자, 수홍 형 등 계속해서 아는 사람이 들어오던군요. 예정에 없던 술자리였는데 오히려 만남은 풍년이었습니다. 갈매기 형은 손님이 많아 귀가 입에 걸린 건 당연한 일이고요. 종우 형 차를 타고 귀가하는 조구 형과 인사를 나누고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차에 올랐습니다. 다른 때보다 많은 술을 마셨는데, 별로 취하지도 않았고 기분도 좋더군요. 누구와 함께 술을 마시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요란 법석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