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그리고..... (03-13-월, 맑음)
❚기온이 뚝 떨어졌다. 주말에 내린 비가 따듯해지던 대지를 다시 식혀놓았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나왔는데도 전혀 더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겨울 한창때의 바람을 만났다. 시샘 많은 겨울은 찬바람을 몰고 왔다. 겨울에 포섭된 바람은 의기양양했다. 그래도 새벽에 운동을 다녀와서 아침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미세먼지는 없고 볕은 맑았으나 꽃을 시샘하는 겨울에 등 떠밀린 바람 때문에 정오가 지나도 날은 쌀쌀했다. 하지만 나는 바람이 만만했다. 3월 중순에 부는 찬바람을 무서워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기승을 부릴수록 오히려 안쓰러운 느낌만 들 뿐인 것을. 눈 뜨고 기지개 켜려던 여린 새순은 깜짝 놀랐겠지. 줄기마다 새순을 다독거리는 소리, “괜찮아, 괜찮아!”
❚민예총 이사를 그만두면서 법인 등기부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인감증명을 떼러 교육청 근처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간석1동 사무소가 증개축을 위해 간석역 근처 임시 사무소로 이전했다는 안내문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물어물어 이전한 곳을 찾아가 간신히 서류를 떼왔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왔더니 청사에 들어왔을 때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오랜만에 많이 걸었다. 그나저나 이 서류를 어떻게 전달하지.
❚경인일보 사업국장인 후배가 나를 찾아왔다.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 예심을 인천작가회의에서 맡아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사무처장에게 연락해 내부에서 의논해보라고 했더니 10분에 바로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말도 안 되는 심사비라서 작가회의 후배들에게 부탁하기가 미안했지만, 어린 학생들 사업이고 특별히 다른 문학단체가 아닌, 작가회의에 요청했다는 것은 지역에서 작가회의가 그만큼 신뢰를 쌓아 왔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수용하기로 맘먹었다. 작가회의 후배들도 내 뜻에 동의해 심사를 수락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