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잠자리 위치를 바꿨습니다 (03-06-월, 맑음)

달빛사랑 2023. 3. 6. 20:37

 

불면을 경험한 사람은 알 겁니다. 심술궂은 눈꺼풀을 이길 수만 있다면 기꺼이 영혼까지 팔고 싶을 때가 자주 있다는 것을. 그런데 불면만큼 지독한 불청객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건 원인 불명의 두통입니다. 그전에도 머리가 항상 개운한 건 아니었지만 요즘처럼 머리가 아픈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연을 시작하고 난 후 이상하게 등 부위 가려움증과 두통이 찾아왔어요. 이게 정말 금연으로 인한 금단증상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 증상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통은 금연 이전에도 있던 증상입니다. 그때는 오히려 담배 때문에 두통이 반복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금연 때문에 두통이 왔나 생각하고 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두통 퇴치를 위해 풍수에 기대 보기로 했습니다. 옛말에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지 말라는 말이 있어, 나침반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방위를 확인한 후 잠자리의 방향을 바꿔보았습니다. 이를테면 현재의 잠자리 방향을 시계방향으로 90도 튼 것이지요. 내가 자던 방향으로 수맥이 흐르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풍수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믿지는 못하지만, (예를 들어 거울의 방향이나 색깔 등이 복을 좌우한다는 식의 말들) 적어도 수맥이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믿는 편입니다. 그건 기의 흐름과 관련이 있으니 전혀 터무니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그렇게 이부자리의 방향을 바꾸고 하룻밤을 잤습니다. 그런데 잠자다 깨지도 않았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도 덜 아팠습니다. 정말로, 수맥을 피하고 북쪽에 머리두지 말라는 풍수의 원칙을 따랐기 때문일까요? 그냥 플라세보 효과는 아닐까요? 현재로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플라세보가 아니라 정말로 풍수의 효과였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화장실에 가지도 않고 꿈도 꾸지 않으며 잠자리에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숙면을 취하는 게 소원이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다만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또 하지 말라는 건 안 할 테니까 제발 이 고약한 두통과 가려움증이 빨리 내 몸을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병증을 없앨 수만 있다면 풍수 아니라 풍수 할아버지라도 따라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았어요. 공기마저 좋았다면 금상첨화였겠지요. 바야흐로 봄입니다. 이 좋은 봄날, 치통을 앓고 있는 비서실장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내 치아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되다니, 한편으로는 희한한 연대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성과목표 평가요약서를 작성하느라 오전에는 다소 힘이 들었어요. 중등교육과 문화예술 담당 장학사님과 교육문화회관 운영팀장님께 자료를 부탁하고 낼모레 '세계여성의날' 관련 페북 게시용 글을 작성해서 비서실에 보냈습니다. 가끔 옥상에 올라가 방방 뛰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했는데, 그때마다 소통협력실 후배 하나는 "금연 중이신데 옥상에는 왜 올라오세요" 하더군요. 내게는 옥상이 다목적 공간입니다. 공기 좋은 날에는 텀블러를 들고 올라가 한참을 앉아있다 내려오곤 하지요. 오늘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 중 하나로 사과 반 조각이 나왔습니다. 너무 맛이 없었는데, 식당 창밖에서 지분거리는 봄볕이 너무 좋아 맛없는 사과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식당에서 맞은 편에 앉아 밥을 먹던 김 사무관은 "이번주에 20도까지 올라간데요" 했는데, 믿어지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