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친절하게 말하기 (02-27-월, 맑음)

달빛사랑 2023. 2. 27. 20:28

 

출근길은 제법 추웠어요. 하지만 한낮의 날씨는 너무 좋았습니다. 오전에는 소통협력실로부터 올 한 해 SNS에 올려야 하는 글의 목록을 받았고, 옥상에 한 번 올라갔다 왔으며, 친구 김기홍으로부터 3월 1일, 삼성산으로 등산 가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등산복이 없어서 못 가겠다고 했더니 청바지 입고 올라가도 되는 산이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서 깔깔 웃었습니다. 항상 불러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고마운 일이지요.❚점심은 '양평해장국집'에 들러, 나는 국밥을, 보운 형은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국밥에는 소고기가 들어가 있고 해장국에는 양(소의 첫 번째 위)과 선지가 들어가 있는데, 선지를 좋아하는 보운 형은 늘 해장국을 먹습니다. 내려갈 때는 교육청 앞 응달길을 걸었더니 살짝 추웠습니다. 돌아올 때는 일부러 양달길만 골라 걸어 청사로 돌아왔습니다. 도로 건너 중앙공원에는 게으른 봄이 길게 누워있더군요. 교육청 앞마당인 잔디 광장의 풀빛도 나날이 색이 변하고 있습니다.❚이제 청사의 고양이들이 볕 좋은 모퉁이마다 정물처럼 앉아 나른한 표정으로 하품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거예요.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의 그 모든 봄날의 변화가 사람들의 마음도 유순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배려해서 행동하라고 봄볕이 고양이수염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간질간질 간질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봄이에요.

 

❚퇴근 후 정말 오랜만에 갈매기에 들렀습니다. 혁재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혁재는 여전히 취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지난번 봤을 때보다는 얼굴이 그래도 좀 나아졌더군요. 혁재는 자꾸만 나의 신상, 이를테면 금연과 절주의 이유, 연애 유무에 관해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줘도 믿지 않는 눈치였어요. 이미 혁재는 머릿속에 자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결론과 내 대답이 다르니 자꾸 되묻곤 했던 겁니다. 되물어도 아닌 건 아닌 거고..... 그냥 웃었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갈매기는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성인 바였던 옆집은 소주집으로 바뀌었더군요. 인천집의 맞은편, 갈매기 바로 옆에 술집을 낼 생각을 하다니 그 용감함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