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런 토요일은 어때? (02-25-토, 맑음)

달빛사랑 2023. 2. 25. 20:27

 

친구들은 산에 갔다. 자리에 누운 채로, 만날 장소와 준비물, 차편 등을 확인하느라 그들이 나누는 카톡 문자를 지켜보며 '나도 갈까?' 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고, 뒤늦게 내가 합류하면 두어 개의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친구들은 집 앞까지 와서 나를 픽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폐 주기 싫었다. "무탈하고 재미있는 산행이 되길 바라" 문자를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청소하고 머리 감고 라면으로 해장했다. 화초에 물을 주고 세탁기도 돌렸다. 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장을 봤다. 순대를 사고 싶었는데 마트에는 없었다. 냉면 육수를 산 후, 오이도 사려다가 그만두었다. 호박, 오이, 풋고추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장난이 아니었다. 다행히 달걀 값은 지난주보다 내렸다. 8천 원대에 산 달걀을 5천 원대에 샀으니 내린 건 확실한데, 달걀의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났다. 냉이 역시 한 봉지에 2,800원, 결코 싼 값은 아니었지만, 봄향기를 맡고 싶어 구매했다. 장보고 돌아오는 길, 날이 너무 좋아 마음이 살짝 설렜다. 점심에는 떡국을 끓여 먹었다.❚그리고 오후에는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면 놓친 드라마 요약본을 유튜브로 시청했다. 누워서 보다가 앉아서 보고 엎드려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일어나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차를 마셨다. 그리고 메일과 SNS 문자를 확인했고 포스팅한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써주었다. 주방에서 빈 찻잔을 닦으며 문득 '아, 참 평화롭다'라는 생각과 '이렇게 지낼 수 있다면 몇 개월이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좋아'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는 게 이렇게 평화롭고 편안할 수 있는데, 그리고 혼자 있어도 얼마나 분주한데, 도대체 뭐가 외롭다며 홀로족들은 그리도 엄살을 부리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이런 여유로운 토요일이 너무 좋다.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