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또 눈이 다녀갔어요 (12-30-금, 새벽에 눈, 맑음)
간밤에 눈이 다녀갔다. 어젯밤 아이스크림 사러 갈 때 가루눈 몇 송이 날리기는 했는데 이렇게 쌓일 줄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 문을 여니 계단과 뜰에 눈이 쌓여 있었다. 얼어붙을까 걱정되어 얼른 나가 눈을 쓸었다. 다행히 계단의 눈은 바닥에 붙어있지 않고 쉽게 쓸렸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6시 갓 넘어 출근하는 사람들은 분명 인천을 벗어난 곳에 일터가 있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내린 눈은 확실히 내리는 눈보다 감흥이 덜하다. 내린 눈에는 오감이 반응하고 내리는 눈에는 오감에 더해 심장이 반응한다. 내려 쌓인 눈은 일거리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을 치우고 생강차 한 잔 마신 후 나도 일찍 집을 나왔다. 차도의 눈은 거의 녹아 있었다. 날이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연차를 내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보운 형이, 선물도 못 사고 빈 손으로 왔다며 점심을 샀다. 나와 비서실장, 보운 형 셋이 순댓국을 먹었다. 다른 날 먹은 순댓국보다 유난히 맛있었다. 국밥의 맛은 날씨의 영향도 받는 모양이다. 확실히 추울 때 먹는 국밥이 맛있다. 빈 자리가 없어서 서서 기다리다 먹는 사람도 많았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찬 바람이 식당 안으로 점령군처럼 들어왔다. 추위 타는 비서실장은 코트를 벗지도 않은 채 국밥을 먹었다. 겨울 순댓국은 언제나 옳다.
메가바이트께서 결국, 예상했던 대로 수인의 신분에서 벗어났더군요. 그분께서 자연인으로 돌아와 던지신 첫 일성은 "굥 정권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겠다"였습니다. 굥께서는 "메가바이트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라고 위로의 말을 던지셨고요. 나 원 참, 기도와 위로라고요? 이 아름다운 단어를 이토록 오용해도 되는 건가요? 놀고들 계시네요, 정말. 그동안 할 말은 많았지만, 신분이 신분인지라 꾹 참아 왔는데, (지인들 역시 신념은 추상적이고 생활은 구체적이라며 나를 어르고 다독거렸는데) 염치 없는 두 분(糞)의 반동과 퇴행의 난리 블루스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