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대회 심사ㅣ후배들과 저녁 (11-09-水, 맑음)
1년 만에 다시 동구노인문화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심의를 해온 '솔향기 글짓기 대회'가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심의를 한 것만 해도 올해로 5년째니,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갔네요. 심사비는 정말 터무니없이 적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행사라서 재능 기부하는 마음으로 수년째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 뜻에 의기투합하여 작년부터 함께 심사를 진행하는 이병국 시인(이자 평론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도와달라는 선배의 제안에 두 말 않고 합류한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심사를 오전 10시에 진행했습니다.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보다 9시 20분에 청사를 나왔습니다. 정확히 10시 1분 전에 도착했는데, 후배인 이 시인은 도착 전이었습니다. 학교(인하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좀 늦게 도착했나 봅니다. 그래도 10분에는 도착하더군요. 센터장님, 담당 직원과 서로 의례적인 안부를 묻고 10시 20분쯤 곧바로 심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응모 작품들은 이미 어제까지 다 검토를 마친 후, 점수까지 매겨놓은 상태라서 오늘은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대상 1명, 최우수상 2명(60세 미만과 60세 이상에서 각각 1명), 우수상 2명(최우수상과 같음) 등 총 5명의 입상자를 가려내는 작업만 하면 되었지요. 다행히 심사위원들(나, 센터장, 이병국 시인) 사이에 이견이 없어 입상자는 쉽게 가려졌습니다. 주제가 너무 일반적이다 보니(자주 접한 주제이다 보니) 상당수의 응모작들이 무척 교과서적인 진부함을 보였습니다만, 그래도 입상자들의 작품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글로 생생하게 녹여낸 수작들이었습니다. 작년보다 응모작이 많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좋은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심의를 마치고 이 시인은 학교로 가고, 나는 교육청으로 돌아와 직원들과 초밥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병국 시인에게 점심을 사주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해서 아쉽지만 그냥 헤어졌습니다. 그 덕분에 나는 점심시간에 맞춰 청사로 돌아올 수 있어서 오랜만에 교육감님이 사준 초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분주한 오전을 보냈네요. 저녁에는 또 후배인 재단 정책협력실장과 약속이 있습니다. 저녁 역시 분주할 것 같습니다. 바쁘면 좋지요, 뭐.
수요일과 금요일은 교육청 지정 '가족행복의 날'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퇴근합니다. 그래서 퇴근 후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좀 떴습니다. 약속 장소가 우리 동네여서 집에 들렀다 시간 맞춰 갈까 했는데, 지나가다 보니 마침 단골 미장원에 손님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발을 이발을 했습니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이발을 하고, 머리까지 감고 미장원을 나왔는데도 20분이 남더군요.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 복권 한 장과 담배도 샀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백령도 가리비에 도착했을 때, 후배들은 이미 와 있었고 음식도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모임은 지난번 딸의 취업 문제를 상담해 줘서 고맙다며 후배 영필이가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음식은 싱싱하고 맛이 있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를 보니 오래전 나도 가끔 들렀던 곳이더군요. 대장암 수술을 몇 차례 한 후 술을 마시지 못하는 영필이는 맛있게 먹는 일행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는 듯 연신 안주를 주문했습니다. 우럭회, 광어회, 가리비, 붕장어구이, 대하 등 안주가 쉴 새 없이 상에 올라왔습니다. 며칠 후 건강 검진이 있는 현식이도 술을 안 마셨고, 영필이도 앞서 말한 것처럼 술 마실 처지가 아니라서 나 혼자 소주 3병을 마셨습니다. 안주가 좋아 그런지 취하지도 않더군요. 영필이의 딸이 내년 봄에 다시 교육공무원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해서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식 문제만큼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 똑같은 거 같더군요.
후배들과는 9시쯤 헤어졌습니다. 술이 좀 부족한 듯 싶어 집에 도착해 혁재에게 전화했습니다. 혁재는 오늘도 갈매기에 있었습니다. 산이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는 혁재에게 "우리 집에 와라. 네가 지난번에 가져온 막걸리 마시고 가라"라고 했더니 반응이 시원찮더군요. 혼자서 집에 있는 막걸리 반 병을 마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올까 봐 무서워지더군요. 오지 말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혁재도 올 생각은 없었을 거라 생각하고 연락하진 않았습니다. 도대체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이렇듯 우발적이람.... 자야겠습니다. 설마 내가 잘 때 올 리는 없겠지요?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혼자 술 마시다 잡니다. 벌레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