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태평화콘서트ㅣ후배들과 술자리 (10-23-日, 맑음)

달빛사랑 2022. 10. 23. 00:48

 

인천민예총과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오늘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이웃 생물과 함께하는 생태·평화콘서트-생생콘’을 개최했습니다. 콘서트가 열린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는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와 저어새 등 79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데, 이번 콘서트의 주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화합과 포용, 미래를 그리는 문화예술 행사였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사전 행사로 인천환경운동연합이 미리 모집한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줍깅’을 진행했습니다. 줍깅은 소래 갯골에 사는 생물을 만나보고 갯골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행사이지요.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콘서트가 이어졌습니다.

 

콘서트에는 신비한 울림소리를 내는 ‘꾸꾸란’의 핸드팬(이 악기 정말 신기했습니다. 우주선 같이 생겼는데, 소리가 무척 환상적이었습니다) 연주와 춤꾼 이삼헌의 진혼춤, 스테인리스 농약 분무기 통을 연습용 첼로와 결합한 ‘유니크 첼로 콰르텟’의 연주 등이 이어졌습니다. 또 인천의 대표 소리꾼 김경아 명창의 심청가(모녀 상봉 대목부터 화초타령까지)와 정미영(플루트·오카리나), 정재영(어쿠스틱 기타), 이소정(아코디언·건반·보컬), 이창용(퍼커션) 등의 연주자로 구성된 ‘착한 밴드 이든’의 노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성효숙 작가는 폐어구(스티로폼)를 활용해 무대를 꾸미기도 했지요. 날은 화창했고, 바람은 셌지만, 공연을 관람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휴일을 맞아 공원에 나온 많은 시민이 콘서트를 관람해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행사장에서 H를 만났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참석했더군요. 팬도라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행사장에서 보니 더욱 반갑더군요. 후배 병균이와 혁재도 공연장에서 만났는데, 그 후배들은 콘서트 전부터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마시더군요. 나도 잠깐 그들과 함께 있다가 H가 찾는 전화를 받고 공연장으로 돌아왔지요. 공연이 끝나고 H와 일행들은 김경아 명창과 뒤풀이하러 가고 나는 심형진 선배와 둘이서 행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너무 피곤했거든요. 돌아가는 나를 발견한 혁재와 병균이는 더 있다 가라며 붙잡았지만, 컨디션을 핑계로 사양했습니다. 공원 입구에서 만난 동렬 형이 차로 소래포구역까지 데려다 주어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야박하게 후배들을 그곳에 남겨놓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불편했습니다. 혁재에게 연락했더니 그때까지도 소래 습지 공원에 남아 술 마시다가 포구 쪽으로 이동해 술집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술 사줄 테니 우리 동네로 오라고 불렀습니다. 후배들은 20분 정도 있다가 도착했습니다.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병균이는 생굴을 꼭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굴 파는 집을 간신히 수배해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정육식당인데 희한하게 굴과 굴 비빔밥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굴(25,000원)과 육회(20,000원), 된장찌개(7,000원)를 안주로 시켜놓고 소주 4병과 막걸리 3병을 마셨습니다. 나중에 후배 창길이도 합류했습니다.

 

 

2차로는 집 근처 ‘투다리’에 들러 고치 안주에 소주 2병과 생맥주 2잔을 마셨습니다. 이곳에서는 술값이 36,000원이 나왔습니다. 내가 볼 때는 모두 다 얼근하게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구동성으로 우리 집에 들러 한잔 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후배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막걸리와 맥주를 사 들고 (소주는 집에 많이 남았거든요) 내 집으로 와서 3차를 했습니다. 안주는 혁재가 사 온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10시 30분쯤 병균이도 졸고 혁재도 힘들어 보여 자리를 파하자고 제안했고, 11시쯤에는 모두 ‘내보냈습니다.’ 정말 숨 가쁜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화창한 가을날, 눈 시린 가을 햇살과 소슬한 바람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공연도 보고 술도 마시고 궁금했던 안부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출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넉넉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