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낯선 월요일 (10-17-月, 맑음)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火災)로 인한 티스토리 장애 문제는 오늘도 해결되지 않았다. 글을 업로드 하기 위해 별짓 다 했다. 어제만 해도 티 블로그가 열리지 않아 나중에 옮길 생각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글을 작성해 메일로 보내 저장해 놓았다. 오늘은 티블로그 방명록은 열려 있어, 그곳에 일단 글을 썼다. 그리고 퇴근 후, 이리저리 찾아다니고, 이것저것 눌러 보다가 '설정' 버튼이 열리는 것을 발견했다. 설정에 들어가 ‘글 관리’를 눌렀더니, 오마나! 새로운 글은 쓸 수 없지만, 써 놓은 글들은 수정이 가능했다.
나 같은 경우, (다음이나 네이버, T-스토리 블로그에서는 날짜를 수정할 수 없기에) 바쁜 일이 있어 일기를 올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일주일 분량의 포스팅을 미리 요일과 날짜별로 예약해 놓곤 한다. 물론 아무 내용이 없고, 그저 날짜와 요일이 제목인 포스팅이다. (약속이 있을 경우, 그 약속과 장소를 제목으로 한다) 깜빡하고 해당 날짜를 넘어가더라도 다른 곳에 써놓은 글이나 이튿날 쓴 글을 올리고자 할 때, (예약해 놓았던) 글의 ‘수정’ 버튼을 클릭하고 올리면 바로 그 날짜로 등록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도 말했지만, 예약해 놓아야 수정(글쓰기)도 가능하다. 예약해 놓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블로그가 정상화된 후 글을 올리면 글은 모두 올린 날짜로 등록된다. 만약 수요일쯤 정상화된다고 가정하면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의 글이 모두 수요일 날짜로 등록되는 것이다.

그러니 ‘설정’에서나마 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겠는가?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적어도 예약 포스팅을 해놓은 날짜까지는 수정 버튼을 누르면, 복사하고 덧붙이고 새롭게 쓸 수 있는 수정이 가능하다. 예약은 오늘까지만 되어 있었다. 아슬아슬했다. 만약 열흘 후에 블로그가 정상화된다면, 열흘 치의 일기가 같은 날짜로 등록됐을 거 아닌가? 현재 블로그 상황은, (예약된 글을 포함해서) 포스팅 된 글의 수정만 가능할 뿐, 새로운 글을 업로드 할 수 없다. 따라서! 예약이 필수다. 내일부터 해당 날짜의 포스팅을 찾아 수정을 클릭하고 글을 쓰면 된다. 아무튼 설정에서 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후,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써 놓은 글들을 이곳저곳에서 복사해와 해당 날짜에 옮겨 놓았고, 포스팅 예약도 11월 5일까지 미리 해두었다. 설마 11월이 오기까지 지금처럼 버벅거리진 않겠지? 블로그 꼴이 말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것이겠지만, 카카오가 국민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기업이라면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옳다.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블로그와 멜론의 접속 장애만 빼면, 오늘은 정말 '낯설게' 평범한 하루였다. 일단 날씨는 화창했고, 바람은 소슬하게 불었으며, 교육감이 국정감사로 인해 국회에 올라가 있어, 자료 준비하는 해당 부서 직원들은 무척 바빴겠지만, 나와 비서실장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 오늘은 점심도 비서실 식구 모두가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식사 후, 볕이 너무 좋아 시청광장까지 산책을 다녀왔고, 몇몇 후배들과 약속을 잡았으며, 종일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었다.
특히 오늘은 내 발이 ‘김유신의 말’이 아니었다. 퇴근 후 곧바로 귀가한 것이다. 월요일인데도 갈매기에 들르지 않은게 얼마 만인지. 특히 월수금요일에는 퇴근 후 습관처럼 술집을 찾았고, 그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사장님조차 그것을 당연한 나의 루틴이라 생각하고, 내가 갈매기를 찾지 않으면 왜 안 오느냐고 전화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가족이 없기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술집은 나에게 늘 위안이 되거나 평화를 가져다준 게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간혹 원치않는 일행들과도 술 마셔야 할 일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면 일단 마음이 불편하고 몸도 상하고, 이튿날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경제적 지출은 말할 것도 없다. 버는 돈의 3분의 1은 나와 후배들의 술값으로 지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별다른 마음의 동요 없이 곧바로 귀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정거장에서 내리니 5시 30분, 아직 진료 마감 전인 듯 싶어 늘 다니는 선배의 병원에도 들러 보기로 했다. 혈압약도 이틀 치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오는 길에 순대도 사고 (내가 좋아하는 순댓집이 병원 근처에 있다) 간단한 장도 볼 겸해서 병원에 들른 것이다. 병원에 간 김에 다음 달 5일로 건강 검진 예약도 했다. 혈압약과 고지혈 약은 두 달 치를 처방했고, 위 검사는 수면 내시경으로 하기로 하고 3만 5천 원을 따로 결제했다. 저녁은 김치찌개와 달걀 2개, 풋고추와 김, 오징어젓갈을 반찬으로 먹었다. 운동도 다녀올까 하다가 내일 아침 일찍 가기로 하고 그만두었다. 평범한 중년 사내의 흔하디 흔한 퇴근 이후의 일정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 평범함이 낯설다. 이 낯섦을 극복해야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이번 주는 한 번만 술 마시기로 하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