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제3회 학산 백일장 심사 (10-7-金, 맑음)

달빛사랑 2022. 10. 7. 03:14

 

[심사 총평]

올해 3회째를 맞는 학산백일장은 몇 가지 측면에서 전과는 자못 다른 백일장이었다는 생각입니다. 1, 2회가 미추홀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그곳에서 삶을 일구어가는 주민들의 정주성을 강조하거나 코로나로 인해 ‘접촉’이 아닌 ‘접속’의 삶을 강요받은 현실 속에서의 응전을 주제로 삼았다면, 이번에는 코로나 이후 혹은 적어도 거리두기가 풀린 일상에서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철학적, 생태적으로 고민해보자는 화두를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지구의 주인이 아니며, 그래서 더욱 지구상의 다른 종(種)들과의 공감과 소통의 삶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허다한 종들의 하나일 뿐인 인간은 암담한 미래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길고 지루한 코로나 국면에서 절실하게 학습했습니다. 이번 학산백일장의 주제를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생태적 삶을 꿈꾸며’로 결정한 것은 바로 그러한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해당 주제를 자신들의 삶과 연동하여 형상화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이미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태적 삶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처럼 소비적이고 반환경적인 삶의 태도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요. 계획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인간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의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심사를 진행했는데, 상당수의 작품이 여전히 고통스러운 삶의 신산함을 이겨낸 수기 성격의 글이거나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글 역시 소중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두어 개의 작품은 훌륭한 문장력(표현력)을 갖추었으나 소재나 서사가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글로 표현하는 수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솔함이기에 이러한 작품들은 훌륭한 문장력을 보여주었음에도 선정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작품들은 문장력뿐만 아니라 주제에 관한 이해와 고민의 깊이가 두드러진 분들이었고, 특히 대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심의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훌륭한 아마추어 수필가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백일장에서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제출된 작품들도 지나치게 소품 같은 느낌의 글들이어서 대상을 선정할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학업 결손을 메꾸기 위해 모든 학교의 학업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또한 생태적 삶을 자신의 일상과 연동하라는 백일장의 주제가 다소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백일장에 참가해 주신 모든 시민 수필가 여러분과 행사를 주관하신 미추홀 학산문화원 관계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이러한 행사를 통해 미추홀구 주민들의 삶이 한층 풍요로워지고,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