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겁쟁이ㅣ비서관 회식 (10-6-木, 맑았다 점차 흐림)
달빛사랑
2022. 10. 6. 03:14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점점 잿빛으로 변했다. 시청 앞 마천루, 저 너머로부터 몰려온 구름은 덧칠한 검은 물감처럼 이내 청사(廳舍) 하늘 위를 어둡게 덮었다. 그러나 예보가 맞다면 비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비 내린다면 청사 옥상에서 나와 함께 하늘을 보던 P실장은 "그것 봐요."라고 말할 것이고, 나는 "드문 경우군요"라고 말을 하겠지. 손 뻗으면 닿을 듯 한껏 내려앉던 구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엷어지거나 내 눈과 발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 다다라서야 기어코 비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내 '오후'의 기대는 자주 어긋나는 편이다. 하여, 나는 오후 2시를 지나며 찾아드는 달콤한 고적함을 항상 믿지는 않는다. 위험하다. 여러 겹, 여러 색 옷을 입는 나의 오후, 보이는 게 다일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후자 쪽이었다. 사랑에 조급해 하지 않는 이유다. 겁쟁이!
저녁에는 비서실 회식이 있다. 거리두기가 풀리고 나니 한풀이 하듯 모임들이 열린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삶을 열심히 사는 중이다. 해물탕,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들이 좋으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