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당신, 괜찮은 거지? 물론 나는 괜찮아 (9-28-水, 맑음)

달빛사랑 2022. 9. 28. 00:31

 

오전에는, 어젯밤 너무 술에 취한 거 같아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지만) 집에 데려온 후배를 택시 태워 보내고(카카오 택시, 이거 참 물건이다. 전에도 콜택시는 있었지만, 배차시간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은 카카오 택시가 처음), 누나가 사다 준 순댓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밥을 먹으며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나에게 벌어진 사건의 의미를 해석해 보려다 그만두었다. 몸과 마음을 다치거나 불행하다고 느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러면 된 거다. 이미 벌어진 일은 필연적으로 벌어질 일이었다. 다만 나는 후배에게 아침을 챙겨 먹이지 못하고 보낸 게 못내 아쉬웠다. 어제 술자리에서부터 택시 안, 심지어 집에까지 와서도 H는 묻고 또 물어왔다. “정말이에요. 저 그래도 되는 거예요. 와, 이거 정말……” 하며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 웃음에 담긴 의미가 발생시킬 이후의 파장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가을날의 투명한 볕과 가을밤의 의뭉스러운 바람과 가끔 찾아오는 마음의 적적함이 공모하여 만든 이 상황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지 나는 모른다. 다만 마음이 시키는 데로 가볼 뿐이다. 살짝 마음이 부푼 건 사실이지만..... 

 

저녁에는 교육청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오늘은 정말 쉬고 싶었지만, 교육감 재선 이후 처음 갖는 모임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장소는 갈매기, 장학사와 장학관, 비서실장과 보좌관들, 각 부서 과장과 팀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교육청 직원 모임답게 주로 교육 현안과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가끔 견해 차이로 인해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이견을 웃음으로 봉합했다. 식사 초반에는 어젯밤 과음해서 술이 받지 않아 나는 주로 이야기만 경청했다. 하지만 나보다 두 살 많은 맞은 편에 앉아 있던 과장이 웹소설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질문을 던져와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막걸리를 두어 잔 마셨다. 갈매기를 나와서 헤어지려 할 때, 비서실장과 기후환경 팀장이 맥주 한 잔 더하고 헤어지자고 강권해 ‘어쩔 수 없이’ 근처 맥줏집으로 이동해 맥주를 마셨다. 애초 약속한 대로 각자 딱 한 잔씩만 마셨다.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차에 타고 구월동을 떠났고 나도 택시를 불러 귀가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뭔가 마음이 넉넉해진 느낌으로 빈집의 문을 열었다. 같은 집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후배의 머리카락 몇 개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집어 재떨이에 넣으며 운명의 완고함과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