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모두들 잘 지내고 있는 거지요? (9-17-土, 비/흐렸다 갬)

달빛사랑 2022. 9. 17. 00:02

거실의 화초(접란)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두어 번 꽃을 피웠다 떨궜을 것이다. 청소하면서 거실 장 구석에 하찮게 누워있는 마른 꽃들의 주검을 본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그것들 위로 새로운 꽃들이 벙글고 있다. 처음 그 꽃을 만났을 때 나는 너무 신비하고 경이로워 사진을 찍고 일기장에 남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안녕!”하며 눈인사를 보내고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도 꽃소식을 전했다. 좀처럼 꽃을 피우지 않던 화초라서 꽃을 볼 때마다 너무 신비롭고 대견했다. 그래서였을까, 이후 접란은 놀랄 만큼 자주 꽃을 피워 나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어느 순간부터 꽃들을 봐도 무덤덤했다. 꽃의 호의를 당연한 호사로 여긴 것이다. 2단 거실장 뒤편이나 바닥 좁은 틈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피었다 진 꽃들의 잔해를 쓸어내며 변하지 않는 사랑에 관해 새삼스레 생각해 본 건 그 때문이다.

 

너무도 익숙해져 더는 설렘이 없는 관계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가족들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다. 너무도 친해서, 상대가 이해해 주리라 생각해서 그 어떤 사랑의 표현도 발화하지 않는 관계, 그러한 관계에도 사랑은 남아 있는 걸까.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생각은 무척이나 아슬아슬하다. 표현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랑한다는 말,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착각)하는 이들의 의무다. 받기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표현이고 행동이고 실천이어야 한다. 심지어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야.’와 같은 생각은 무책임한 것이다. 남녀 사이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짝사랑이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제외한 모든 사랑은, 표현하고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사랑은 감염력이 있는 마음의 작용이라서 내가 먼저 표현하면 대개 상대도 (나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받는 이를 기쁘게 할수록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게 사랑이란 바이러스다. 그러니 가족에게, 친구에게 자주 전화를 걸자. “여보세요, 모두 안녕하신 거지요. 저는 염려 덕분에 잘 있습니다.” 나의 안부를 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