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9-10-土, 약간 흐림)
나누고 헤아리고 위로하는 명절, 기억하고 다짐하고 충전하는 명절, 다친 마음도 무심코 지나쳐 온 마음도 치유하고 돌아보고 회복하는 명절, 날 선 마음은 순정해지고 더불어 함께 해서 더욱 행복한, 몸도 맘도 다치지 않는, 그런 명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명절 감사 예배 자료는 어젯밤 가족들에게 미리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센터에 들러 운동도 했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센터라서 추석인 오늘 아침에도 서너 명이 나보다 먼저 나와 운동하고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제수씨에게 줄 금일봉을 만들었다. 얼마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5만 원을 더 넣었다. 올 추석은 가족들이 함께 치르는 마지막 명절이 될지도 모른다. 내년부터는 부모님 기일에만 함께 모이고 설날과 추석은 가정 별로 따로 치를까 생각 중이다. 그동안 맏며느리도 아닌 제수씨는 명절마다 음식 준비를 하느라 애를 썼다. 엄마(시어머니)가 계시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맏며느리의 책임을 감당해 온 것이다. 이제 엄마도 안 계시니 장남인 나로서는 제수씨에게 더는 그 책임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정해진 건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지만, 다행히 명절과 기일이 붙어 있어 명절을 겸한 기일 예배를 드려도 부모님께서 그리 서운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생각이 깊은 분이셔서 (오로지 자식 중심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셔서) 흔쾌히 허락하셨을 게 분명하다.
정확히 9시 30분에 도착한 아들의 차를 타고 아우의 집으로 갔다. 10여 분간 간단하게 예배를 보고 함께 식사했다. 작은 조카가 군대에 있어 5명이 단출하게 예배를 봤다. 아우는 담배를 끊었고, 큰 조카는 막 연애를 시작했다. 군에 있는 작은 조카는 복학하는 대로 영화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들은 비트 코인을 다시 시작할 거라며 웃었다. 나는 직장에서 재계약을 했고, 작은누나는 관절통이 심해졌으며 큰누나와 자형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가 어제서야 비로소 격리 기간이 끝났다. 서로 못 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엄마라는 구심이 없으니 확실히 형제간의 소식도 이전보다 뜸하게 확인하게 된다. 12쯤 되어 아우의 집을 나왔다. 더 있으면 제수씨가 점심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할 듯싶어 일찍 일어선 것이다. 나올 때 제수씨가 전과 잡채, 과일을 챙겨주었다. 아들은 우리 집에서 머물다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피곤하기도 했고, 아들 또한 어젯밤 동생 내외, 사촌과 더불어 새벽까지 술을 마셔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다. 가족간, 부자간에는 최소한의 의무감이 존재해야 하겠지만, 나는 그런 것에 무감해지기로 했다. 일방적이든 상호 간이든 사랑과 관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보내고 집에 들어와 반찬을 정리한 후 한숨 잤다. 서너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잠결에 벨 소리를 들었지만 받질 않았다. 나중에 오랜만에 전화한 영종 사는 후배에게만 문자로 안부를 전하고 나머지 발신자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서운하게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2022년 추석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