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영화를 보다 (8-16-Tue, 맑음)
말복이 지나고 나서 더위는 확실히 한풀 꺽였다. 아침저녁에는 제법 가을 느낌도 난다. 더위를 무척 타는 나로서는 땀과의 전쟁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낮에는 여전히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는 가을 분위기는 나를 무척이나 고무시킨다. 이번 가을에는 재계약도 끝나고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풀어진 마음을 추스르고 좀 더 긴장된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아야겠다. 우선 버석해진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기 위해 싸구려 감상이라도 밑바닥까지 파고들어가 나를 '슬프고 외로운 사람'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최근 나는 너무 여유로워 져서 도무지 슬픈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가끔 엄마 생각 때문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지만, 아직은 엄마의 부재를 글로 형상화해 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마치 사막을 횡단하는 나그네가 끝까지 저장해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처럼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점점 커가는 소중한 기억과 느낌으로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충분히 숙성된 그 기억과 느낌은 어느 날 봇물처럼 터져나와 내 노트 위에서 생생한 시가 되어 펼쳐지리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이란, 좀 더 철저하게 고독해지는 것,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의기와 순정함을 유지하는 것, 작고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일뿐이다.
영화를 보았다. 사실 나에게 영화 보는 일은 밥 먹는 일과 같다. 찰리 채플린 영화 '키드(The kid)'와 '더 브레이브' 두 편은 사실 오래전에 봤던 영화인데도 처음 보는 영화처럼 새롭고 재미있었다.
'키드(The kid)' 줄거리
부유한 화가에게 버림받고 갓난 어린 아이를 자선 병원에서 낳은 젊은 여자가 키울 능력이 없어 부자집 문앞에 서 있는 고급차 안에 아이를 두고 울면서 간다. 그런데 자동차 도둑이 그 차를 훔친다. 그리고 아이를 쓰레기통 옆에 두고 간다. 우연히 그 길을 지나가던 떠돌이 찰리(Tramp: 찰리 채플린 분)가 애기 울음 소리를 듣고 어떨결에 아이를 안게 되지만 그는 자신도 돌 볼 수 없는 신세였다. 그러나 아이를 버리려 할 때마다 남들이 보게돼 할 수 없이 아이를 자신의 너절한 아파트까지 안고 온다. 커피포트를 젖병 대신으로 쓰고, 헌 셔츠를 잘라 기저귀를 만드는 등 눈물 겨운 찰리의 육아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5년 후 아이(The Kid: 재키 쿠간 분)는 예쁘게 자라 찰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그 일이란 아이가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고 달아나면, 찰리가 가서 유리를 끼우는 것이다. 그러다 이를 눈치 챈 경찰에게 이들을 쫓기게 되고, 한편 유명한 여배우가 된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베푸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살라간다. 이때 아이의 엄마가 나타나 아이를 데려간 후 찰리는 실의에 빠져 거리를 방황한다. 지친 나머지 현관에 쓰러져 잠이 든 찰리는 천국을 꿈꾼다. 그러다가 모자와 다시 합쳐지는 더 나은 생활을 꿈꾸며 깨어난다.
'더 브레이브'
14세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자신의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무법자 ‘톰 채니’(조쉬 브롤린)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젊은 시절 악명 높았던 연방보안관 ‘카그번’ (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러나 술주정뱅이 ‘카그번’은 그녀를 계속 실망시키고, 여기에 현상금을 노린 텍사스 특수경비대원 ‘라 뷔프’(맷 데이먼)까지 가세해 무법자 ‘톰 채니’를 잡기 위한 위험한 동행이 시작된다.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그들이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숨막히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